AERC (유럽유변학회) 참석후기

지난 1주일간 영국-웨일즈의 카디프에서 열린 유럽유변학회에 다녀왔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쟁쟁한 사람들이 많이 오는 자리에서의 발표였기에, 다른 때 보다 유달리 부담스럽고 걱정도 많이 되었던 학회였습니다.

우선 학회 장소와 분위기는 생각보다 아쉬웠습니다. 우선 세션장 6개가 서로 다른 세 건물에 흩어져 있어서 조금 불편했고, 게다가 그렇게 흩어져있는 세션장도 우리 강의실만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여서 다소 의외였습니다. 캠퍼스도 넓고 좋은 건물도 많은 것 같은데, 그리 많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디프라는 도시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 혹은 영국의 모습을 담고 있기보다는, 조금 현대적인 작은 도시의 느낌 이였습니다. 유럽유변학회가 5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에서 왜 카디프란 도시를 택했는지가 조금 궁금했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을 들자면 지난 유변학회에 비해 제가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오신 분들과, 벨기에 루벤 그룹을 제하고는 별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던 Jan Dhont 교수님과 강경옥 박사님, 또 shear banding 연구를 많이 하는 Manneville, Olmsted 같은 분들이 안 오셨고, Ottinger나 Brady 같이 알고리즘 면에서 지적 혹은 조언을 해줄 분들도 안보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앞으로 좋은 연구결과와 논문을 가지면 저절로 만나게 될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표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는 둘째 날 오전에 'Self-consistent particle simulation of shear banding of particulate suspensions in rotating Couette flow'란 제목으로 shear banding의 simulation 결과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소개와, repulsive particulate suspension에서의 shear banding, 또 shear thinning fluid와 anisotropic cluster로 확장하였을 때의 변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발표내용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인지, 많이 긴장한 채로 학회에 있었던 기억입니다. 발표 전까지 자료도 여러 번 점검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발표를 시작하니 꽤 긴장하고 중간 중간 말문이 막힌 적도 많았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제게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바로 결과와 자신감 이였습니다. 물론 결과가 좋아야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겠지만, 결과가 부족하다고 느끼니 발표 자료의 준비도 점점 길어지고, 또 대본작성이나 발표연습 역시 자꾸만 늦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좋은 결과와 그에 따른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낀 자리였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질문은 7개 정도를 받았는데, 아주 critical한 질문은 없었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질문은 몇 개 있었습니다. 우선 맨 앞줄에 계시던 할아버지 교수님께서 결과를 dimensionless group 등으로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질문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 다 무차원화 시킨 결과라고 대답했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분이 지적한대로 결과를 특정 변수 등으로 정리하여 경향성이나, critical condition 등을 찾는 부분이 부족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장발의 락커 같은 친구가 입자 migration은 보았느냐, Brownian motion을 끄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주었습니다. 좌장 분은 shear banding이 continuous 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제가 사용한 rod-like  particle 적용 방법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었습니다. 또 한 한생이 마지막의 vorticity directional instability가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적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대로 간단하게 답변을 한 것 같은데, 일부는 잘못 알아듣거나 대답이 선뜻 안 떠올라 조금 뭉뚱그려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질문에 대답하는 부분은 70점, 발표와 발표 자료는 50점을 주고 싶습니다. 역시 갈 길이 한참 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발표를 마친 후에는 기대했던 것처럼 사람들과 discussion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먼저 찾아가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 역시 자신감이 부족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황욱렬 교수님과 조광수 교수님께서 여러 가지 세세한 지적과 보완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또 발표 후 내용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점검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떠올라 앞으로 연구방향을 잡는데 좋은 정리 계기가 된 자리였습니다.

이번 학회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오랜만에 벨기에의 Jan Vermant 교수님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루벤 그룹에서는 네 분의 교수님과 학생 한명이 참가하였는데, welcome reception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루벤 그룹 근황도 듣는 등 반가운 자리를 가졌었습니다. 학회 셋째 날에는 Vermant 교수님과 잠시 앉아서, 앞으로 어떻게 정리할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 생각에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야기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아무쪼록 그쪽 실험데이터와 제 결과를 잘 비교하여서 논문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학회 발표를 들으면서, 또 discussion을 하면서 어찌나 제가 모르는 내용들이 많은지... 다 한 번씩 들어보고 대충은 아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한 연구를 이해하거나 같이 토론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꾸 이런 저런 일들을 급하게 처리하다보니 기본적인 학습을 놓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바쁘더라도 틈틈이 공부를 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여러모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학회였습니다. 공식적인 국제무대에서의 첫 발표였는데, 여러모로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느꼈던 부끄러움과 아쉬움을 잘 기억해두고, 제 스스로를 단련하는데 박차를 가해야겠습니다.

끝으로 많이 부족한 학생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다시금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