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국을 가 보았습니다.  

신문명과 구문화의 어색한 조화.
- 상하이에 도착해서 가장 강하게 든 느낌입니다. 너무 급하게 성장해서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구매력 1위의 도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세계에서 가장 큰~ 등 정말 많은 수식어가 붙은 도시입니다. 난징중로나 와이탄에서 바라본 푸둥 지구등 보이는 것은 정말 ‘이런데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나게 만드는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최첨단으로 무장한 ‘보이는 것’ 뒤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후진성이 아직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 문화는 상하이가 겉으로 보여주는 신문명과는 너무나 다른 후진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인데도 불구하고 경적을 울리며 달려드는 택시가 있는가 하면, 새로 닦여진 듯한 길에 횡단보도를 옆에 두고 아무데로나 건너가는 사람들에,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경적은 정말이지, 이런데서 운전을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건물 어디에서나 담배를 피우고 있고, 백화점 푸드코트, 음식점, 호텔 로비, 심지어 공항에서도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더라구요. 문화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에 널린 어지러운 빨래, 한동안 감지 않아 떡진 사람들의 머리, 잘 꾸미고 다니는 20대로 보이는 숙녀들이 길가다 침을 퉤 뱉는 것도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내내 거의 비가 왔는데, 배수 시설은 정말이지, 엉망이었습니다. 지하철의 계단에 미끄럼 방지턱 같은 것은 별로 없고, 배수가 되지 않아 계단마다 물이 흥건히 고여 있고… 보이는 화려함 뒤에 보이지 않는 문화나 세련된 느낌은 많이 떨어지더군요. 미래의 도시에 살고 있는 옛날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참 재미있는 느낌이었습니다.

- 워크샵의 진행: 순박한 사람들의 진심어린 배려.
   중국은 공산국가입니다. 경제적인 부강을 위해 시장경제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잘 살기 위함이고,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한다거나 하는 인식은 그다지 가지고 있을 것 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워크샵을 통해서 중국 학생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호의는 ‘사람마다 다르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지난해 교토의 2번째 워크샵에서 느낀 바로는, 중국 학생들은 잘 웃지 않는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도 다 사람마다 다르더라구요…
우리 실험실이 워낙 행사를 많이 하는 실험실이기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행사 진행을 어떻게 하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은 이 사람들이 이러한 행사를 처음 진행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방문객들이 처음으로 식사를 대접받을 때 기대하는 것은 그나라의 음식일겁니다. 안 그래도 호텔에 짐을 풀고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창권이와 같이 백화점의 푸드코트를 둘러보고 각종 신기한 중국 음식을 구경한 터라,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첫날 우리를 데려간 곳은 그런 중국 음식을 하는 곳이 아닌,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몇가지 튀김류가 있는 어설픈 패밀리 레스토랑 부페 같은 음식점이었습니다. 아마도 중국 친구들은 우리를 배려한 것일텐데요… 살짝 아쉽더라구요…
그 다음부터는 줄곧 끊임없이 나오는 중국 음식이었습니다. 말그대로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더 이상 먹지 못할 상황에서도 계속 나오더군요. 10명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처음에 세팅 되었던 음식은 어느새 사라지고 모두 다른 음식으로 교체되어 있는… 진짜 그런 음식과 음식 문화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실제 행사 진행은 상당히 열심히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워크샵 발표. 샌드위치의 탈출???
지난해 교토에서 한중일 삼국의 발표에서 느낀 점은 우리의 발표는 일본인들처럼 세심하게 자료를 만들지 못하고, 중국인들처럼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어설프게 중간에 낀 샌드위치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올해는 반대로 참석한 중국인들보다 우리가 영어를 더 잘하고, 일본인들보다 자료를 더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아 개인적으로 상당히 자랑스러웠습니다. 분명 지난해 일본과 중국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이 우리가 가장 높은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영어 대본을 모두 충분히 외우고, 12분 발표를 준비해서 연습한 것은 기본이었고, 조금 더 나아가 예상 질문이 어떤 것이 될까, 알아 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영어로 대답할까를 고민하는 것이었는데, 일본 학생들은 대사를 영어로 작성하는 것 자체가 요구되는 기준인 듯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대사를 들고 나와서 읽고, 어떤 경우는 대사를 잊고 몇 분간 벙어리가 되었다가 시간이 되어 좌장이 그만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할 정도의 준비를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냥 시켜서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자신이 왜 발표를 하는지,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잘 모르고, 너무 순진하게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국 학생도 북경에서 온 학생 2명과 Kyoto대에 유학중인 Chen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에 남지 않는, 적어도 청중을 고려한 발표를 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networking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상황에서 자신의 것을 전달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때에 적어도 자신의 것을 상대방에게 쉽고 효율적으로 알리는 능력은 연구수행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워크샵에서 우리방 사람들이 다른 학교 사람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잘 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한가지 궁금한 점은, 중국과 일본에서 온 학생들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대표선수인지가 궁금하더군요. 우리는 발표자 대부분 대표급이었는데, 대표급이 어디 작은 클럽 선수들과 평가전을 잘 치루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물밖에서 작은 연못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연못이 큰 바다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을테니까요.

- 중국 = 기회
이번 워크샵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번 workshop이 Malvern의 협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발견한 점이 몇가지 있는데요,
첫째, 순서지를 줄 때 사용한 봉투에 Malvern 지사와 관련 주소가 5개나 있었습니다. 중국에 Malvern 관련 공급처가 5군데나 있으면 TA나 Hakke는 몇 개나 있을까요? 규모를 보았을 때 Malvern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를 미루어 볼 때 중국의 유변학 수요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2번째는 교통대학이 중국에서 유변학을 연구하는 주요 대학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교통대의 Prof. Wu group은 Malvern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고, 장비도 Bohlin의 장비를 주로 사용하는 듯 합니다. 아마 전략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TA도, Malvern도 중국내 공급처 중 상하이가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 방 학생에게 물어보았는데, 대답으로는 실제로 교통대학이 유변학을 중국에서 아마 제일 잘하는 학교이지만, 역사가 상당히 짧다고 하네요. 또한 아직은 기업에서 유변학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방에서 발표한 내용중 suspension 관련 발표가 제법 많았습니다. 전통 고분자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상을 보이는 입자계, 전자 재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이 두가지를 놓고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 나라의 전자 산업에서 겪는 재료의 공정 관련 문제가 조만간 중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단순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수준이어서 유변학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기술과 장비를 사들이고 맘먹고 달려들어 우리나라의 삼성 전자 같은 높은 기술 수준의 기업이 탄생하면 그 회사도 전자 재료의 공정에서 한국과 같은 문제를 겪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국에서도 유변학에 대한 수요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TA나 많은 유변물성 관련 회사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중국에 많은 공급처를 확보해 놓고 있나봅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학문 수준이 금방 올라가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먼저 고지를 선점해 버리면 13억 인구의 중국은 유변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끝없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제가 미래의 그런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선 당장 급한 것은 누구보다도 먼저, 특히 중국보다 먼저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생각의 기회를 준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