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해외에 짧지 않은 4박 5일간 다녀왔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많은 것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정말 재미있고 뜻깊은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1. 첫째 날
이번이 처음하는 해외여행이라 기내식도 처음 먹어보고 시작부터 모든 것이 신기하고 긴장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귀가 막히고 아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출발 후 약 1시간 반정도 걸려 푸동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먹은 맥주 한캔 때문에 술냄새가 많이 나서 혹시나 입국 심사에서 트집잡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 아무일 없이 통과하였습니다. 이미 중국 학생들이 공항까지 손님을 맞으러 나와있었습니다. 바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공항버스를 탔는데 예전의 우리나라와 같이 버스 안내원 같은 분이 출발하고 난 후에 뒤에서 부터 버스요금을 한명한명 받았습니다. 버스안은 수다떠는 중국인들로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전화 통화도 어찌나 큰소리로 하는지 한국이나 중국이나 별로 다른거 같지 않았습니다. 밖을 보니 신기하게도 택시가 전부 폭스바겐 마크가 달려 있었고 모두 같은 차종으로 보였습니다.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저가형으로 중국에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에서 조금 지나자 모두 똑같이 생긴 모양을 한 빌라 쯤 되어보이는 건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건물이 허름하고 낡은 것으로 보아 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더 가자 매우 크고 화려한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중심부로 가까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 1시간 쯤 지나 버스에서 내려 15분쯤  걸어서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호텔이었지만 겉보기에는 한국 여관쯤 되어보이는 건물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처음부터 스탠드에 불도 켜지지 않고 난방도 안되더니 묶었던 5일내내 하루에 하나씩 문제가 발생하여 매번 관리자를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큰 문제없이 남은 기간 동안 따뜻하게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다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전부 9호선으로 되어있고 현재 공사중인 구간이 많다고 했습니다. 나름 스크린 도어도 전부 설치되어 있고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매우 깨끗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플랫폼이 하나로 되어있어 방향을 잘못타도 반대편 열차로 바꿔타기 쉽게 되어있었습니다. 또한 지하도와 역사가 엄청 넓어서 출구가 18개정도 있고 수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당은 유명한 쇼핑거리에 있는 부페식 식당이었는데 특별히 중국적인 음식은 없었고 피자나 튀김 같은 일반적인 음식이 있었습니다. 중국인 학생 2명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밥을 먹었는데 중국이 빈부 격차가 심하고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급격한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중국식 정원 같은 곳을 갔습니다. 은은한 조명으로 건물이 빛나고 있어 나름대로 운치있고 괜찮은 곳이었지만 짝퉁으로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잡상인과 스타벅스 같은 상점들은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한복에 구두를 신은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이 점점 세계화 되고 있고 다국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둘째 날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를 할 순 없었지만 중국학생들은 발표를 잘하고 일본학생들은 발표자료를 잘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우리 실험실이 발표자료나 발표능력 어느 면에서도 제일 잘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학생들은 대본을 들고 나가서 보고 읽는 사람이 많았고 준비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중국학생들은 잘하는 학생들은 잘했지만 그리 뛰어나 보이진 않았습니다. 실제로 압착에 관한 발표를 한 학생의 결과는 대부분 마코스코의 논문 리뷰 정도에 불과했고 자신의 결과는 단지 장비를 사용하여 한번 눌러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태국 학생들의 경우는 일단 알아듣기가 매우 힘들었고 발표자료를 만들고 확인하지 않았는지 좀 심하게 글씨가 잘려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학생이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미숙해 보일 수는 있지만 최소한으로 대본 정도는 암기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실험실 사람들은 자료도 준비가 잘 되어있었고 발표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잘 진행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에 만족하는 것은 우스은 일이지만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포스터 섹션에 참가했는데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매우 긴장되고 떨렸던 것 같습니다. 포스터는 한장에 연구 내용을 모두 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처음부터 끝가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온몸을 다 사용해서 얘기하느라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학회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중국음식점(상당히 비싼 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전날 먹었던 만두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상당히 짜게 음식을 먹는 편인데 너무 짜고 기름져서 먹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새우와 술만 엄청 먹게 되었고 맥주(칭다오)만 20병 이상 먹은 것 같습니다. 중국 맥주는 약간 낮은 도수여서 그런지 먹어도 취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데 비만인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양한 차를 마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 식사 때마다 차가 나왔었고 호텔에 냉장고와 물은 없어도 뜨거운 물과 차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생수를 사다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술 덕분에 일본 중국 친구들과 상당히 친해졌고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박지성에 관한 얘기도 했었는데 예전에 쿄토퍼플 상가라는 축구팀에 있었기 때문인지 일본친구들이 상당히 잘 알고 있었고 우리를 꽤 부러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식사 후에 티 하우스와 가라오케로 나눠서 이동했는데 중국 노래방은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배가 불러서 저는 가라오케를 가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려 중국친구와 같이 우산을 쓰고 약 1시간 동안 걸어가면서 축구 얘기를 했는데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축구를 즐긴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중국 여자축구팀이 세계적으로 잘하는게 혹시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꽤 오래 걸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니 끊이지 않고 얘기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가라오케는 파티월드라고 엄청 큰 빌딩이었는데 마치 호텔 로비 같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좀 사는 사람들 같이 보였습니다. 한 건물 전체가 노래방으로 되어있었고 부페도 같이 운영하여 꽤나 인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각 층마다 빽빽하게 다양한 크기의 방들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종업원수도 엄청났습니다. 우리가 들어갔던 방은 노래방이라기보단 단란주점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수십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원형 테이블이 10개 정도 있었고 술과 안주가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시간으로 계산 하는게 아니고 사람수로 계산을 한다고 했습니다. 약 2시간 정도 음주가무를 즐긴 후 나왔는데 역시나 건물 앞에 많은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돈벌이가 좀 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셋째 날
오전에 학회 일정이 끝나고 타이거 힐 이란 곳에 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내린 눈이 그곳의 정취를 한껏 북돋아 준 것 같습니다.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 가이드 들이 있었고 눈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원과 같은 곳이었는데 하얀 호랑이가 내려와 왕에게 절을 하였다고(?) 해서 타이거 힐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 많은 전설과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고 했는데 사실 좀 웃기고 지어낸 얘기인 듯 했습니다. 실제로 두 동강난 바위가 있었는데 칼로 잘라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왠지 중국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중국의 역사왜곡이나 동북공정 같은 사실들이 같이 떠올라 참 잘도 지어내는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돌아볼만하고 괜찮은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관광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여 역시나 술과 함께 전날과 비슷한 음식들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약간의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일본친구와 나가려고 하자 중국 친구가 위험하다며 같이 따라 나섰습니다. 호텔이 있던 곳과 조금 다른 쇼핑거리였는데 차가 다니지 않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인 친구는 하라주쿠 거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역시나 이곳도 아디다스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었고 중국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안타라는 중국 스포츠 용품 가게(한국으로 치자면 프로 스펙스 정도)에 들렀는데 진열된 상품 디자인이나 마크들이 뭔가 좀 허접하고 아디다스나 나이키 상품들을 따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홍보하고 있던 직원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독 중국 브랜드에서만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몇 년 후엔 외국 브랜드에게 다 잡아 먹히고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넷째 날
이날 역시 오전 학회를 마지막으로 모든 학회 일정이 끝났습니다. 학회 진행이나 준비 면에서 중국 친구들이 많이 고생하고 애쓴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꼼꼼하게 챙겨주어 고마우면서도 좀 과잉보호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중국이 위험한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중국에 가기 전에 그런 무시무시한 얘기들을 좀 들어서 나름 걱정도 했었지만 대도시라 그런지 별로 위험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이날 학회 마무리 후에 지하철을 타고 수족관에 갔는데 역시나 중국 친구들이 가이드를 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수족관에 가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엄청 큰 규모의 수족관이었습니다. 수족관 옆으로 엄청나게 높은 건물이 두 개 있었는데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특히나 그 건물 중 하나는 순수 중국 기술력으로 만든 것이라 그 정도가 더 크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멋있고 화려했지만 단지 과시하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멋지고 많이 발전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실망스러운 것도 많이 보여준 도시였기 때문에 보완하고 다듬을 것이 많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뭔가 급조된 느낌 굳이 표현하자면 이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5. 총평
중국친구들의 친절과 호의에 감동하고 중국이란 나라를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많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 같습니다. 중국친구들 보다는 일본친구들과 더 많이 이야기 하고 함께 했기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밤에도 일본인 친구 3명과 끝까지 남아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야쿠자가 되어 버렸지만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중국은 커다란 잠재력을 가졌고 최근 급 성장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듬고 신경 써야 할 부분 또한 많은 것 같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는 자신의 단점을 고치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조금만 다듬고 보완한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몇 발 앞서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정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정말 유익한 학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두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