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출장 후기

처음에 연구실 간의 교류로만 알았던 한중일 워크샵이 어느덧 벌써 3회째를 맞았습니다. 외관 상으로도 규모도 커지고 점점 발전해 가고 있다는 느껴집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3회의 워크샵을 모두 참석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하나 더군요. 처음엔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던 세 나라의 학생들이 이젠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세나라 사람들이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이지만 일대일 개인적으로는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앞으로도 활발한 학문적 교류를 통해 서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국을 처음 방문하게 된지라 솔직히 가게 되면 상하이 보다는 베이징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베이징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상하이에 머무는 4박 5일 동안 이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구나 하는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TV의 뉴스 조차 정치적인 얘기는 많이 다루지가 않더군요. 첫날 중국 친구가 상하이의 전통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문호를 개방한지 굉장히 오래된 도시라 특별한 것이 없고 서양식에 잘 적응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다음날부터 엄청나게 중국 음식들을 먹었지만요. 양쯔강 하구의 상하이는 중국 제 1의 도시지만 전통적으로 무역도시, 상업도시였기 때문에 정치적인 색을 별로 띠지 않은 특이한 곳인 듯 했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 하에서 최근에 급격하게 발전한 탓인지 화려한 도시 이면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판자촌 같은 곳이 산재해 있었고 정말 새 건물은 화려했지만 오래되 보이는 건물은 정말 낡아 보이는 극과 극의 건물들이 나란히 서있었습니다. 특히 교통 문화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교통 문화에서는 느릿느릿 만만디 중국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만디가 대범하다는 뜻이라고 본다면 운전할 땐 정말 대범하게 주위는 신경 안 쓰고 하더군요. 마치 사람보다 차가 귀한 곳, 신호등을 무시하고 급하게 가려는 모습,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교통사고 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상하이 인구가 2천만인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질서 있게 도시가 움직이는 모습은 엄청난 인구를 컨트롤하는 중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상하이가 중국인의 생활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몇몇 어두운 면을 제외하면 우리가 깜짝 깜짝 놀랄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체면을 존중하고 강한 자존의식을 갖춘 민족성, 현실 또는 실속에 매우 빠른 민족인 중국인들에게 모든 사물의 판단 기준은 현실적 유용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개방, 개혁의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익이 된다면 그들의 정체성인 사회주의이념도 희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청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분명 1800년대 말과는 다르고 지구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아 보였습니다.

워크샵이 열린 상하이교통대학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에 하나로 정돈이 잘 되어있고 고전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중국 친구 말로는 예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을 배출한 학교라고 합니다. 워크샵은 역시 우리가 인식하고 있던 대로 발표 대회 경연장이었습니다. 역시 중국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발표를 하였고 우리 학생들 역시 발표 시간이나 말하기에서 연습했던 대로 잘 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일본학생들은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이해할 수 없게 연습을 안 한 것 같았습니다. 연구 내용은 좋아 보여 이 친구들이 일본어로 설명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워크샵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밤에는 이런 모임의 취지에 따라 정말 잘 놀더군요. 아무튼 음식과 술 때문에 중국과 일본 친구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중국 학생들의 융숭한 대접과 과도한 친절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만드네요.

기회와 자극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변화의 방향은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중일 워크샵은 발표력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기회일 것입니다. 좀 더 큰 학회로 나가기 위한 발판과 연습의 기회로 삶으면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작년에 중국학생들의 영어 발표에 자극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우리를 바짝 뒤쫓아 오는 중국에 자극을 받아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도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습니다. 내년에는 태국 학생들에게 우리 유변학을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좋은 경험을 주시는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