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펜실베니아주 State College에서 열린 13th International Congress of Biorheology and 6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linical Hemorheology에 다녀왔습니다.

1.        떠나며
Micro/Bio team에 속해있고, 바이오에 살며시 한발을 담그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바이오의 바자도 모르는 채로 바이오학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년반동안 국제학회도 다녀온 적이 있고, 국내학회에도 여러 번 참석했었지만 바이오와 관련된 학회에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biorheology란 학회가 있고, 또 여기에서 발표를 해보는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을 때, 막연하게 떠오른 이미지들은 그 동안 논문에서 접했던 Cell, F-actin, DNA와 같은 biomaterial 들이었습니다. State college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어떤 발표들을 들을 것인지 죽 제목들을 훑어보는데, 순간 허걱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모르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오더군요. Hematocrit(혈액내 혈구와 혈장의 비율), tourniquet(지혈), erythrocyte(RBC를 왜 이런 어려운 걸로 바꿔서 말하는 걸까요), endothelium(내피세포), leukocyte(백혈구), platelet(혈장) 등등. 등뒤에서 식은땀이 쭈욱 흐르는게, 제가 갈 곳이 아닌데 잘못 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전자사전 산 이후 이렇게 열심히 두들겨보긴 처음이었습니다.

2.        My presentation
원래는 구두발표를 신청했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포스터발표로 바꿔서 발표를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출한 초록의 내용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발표가 아니어서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떠나기 전 조금 의기소침해있었습니다. 직접 가서 발표들을 들어본 결과, 일단 이 학회의 관심분야는 biomaterial 전 분야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cell과 관련된 사람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바이오에 큰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두발표의 세션을 매우 상세하게 쪼개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Cellular mechanics of microvascular blood flow처럼요. 쭉 훑어본 결과, 제 발표를 포함시키기에는 조금 애매하였습니다. 저는 포스터 Methodology 세션에서 발표하였습니다. 받은 질문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것들이었습니다. Bacteria를 glass말고 붙일 수 있는 물질은 뭐가 있으며, fluorescence particle의 사이즈, G’&G’’은 어떤 식으로부터 유도되었는지, PTM의 원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biofilm의 물성을 계산하는데, bulk rheology도 averaging value일 것이며 결국 PTM결과와 같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하신 Butler씨는 cell의 G’&G’’을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를 이용해서 구하고, 또 macro한 방법으로 구한 값들의 비교하는 내용으로 구두발표를 하신 분입니다. bulk한 방법으로 구한 값들이 high modulus부분만을 반영하고, PTM은 전체를 동등하게 평균 낸 값임을 좀더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지 않겠냐고 comment해주셨습니다. 또한 실험목적이 궁극적으로 biofilm을 control하고 제거하는 것이라면, 어떤 값을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한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쉬운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였지만, biofilm의 물성을 평가하는 입장에서 좀더 생각을 깊게 해보아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bacteria자체의 움직임을 particle tracking method를 이용해서 실제 수치로 계산한 점이 흥미롭다는 얘기들을 들엇습니다. 구두발표를 한중일워크샵에서 2번 해보았고, 포스터발표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람들이 앞에서 진지하게 제 연구를 보아주고, 칭찬해주면 뿌듯해지고, 슥 쳐다보고 지나갈땐 좀 서운하고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제 생각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두발표는 미리 시선을 끌지 않아도 어찌되었든 제 발표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지만, 포스터 발표는 좀더 어필하고, 어떻게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확 휘어잡을 수 있을지도 연구내용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돌아다니면서 연구내용은 좋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운 포스터들을 몇 편 볼 수 있었습니다. 내용의 배치와 introduction을 콕 집어서 보여줄 것인지, 좀더 고민해보겠습니다. 물론 실험 결과들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도요.

3.        학회분위기
첫 plenary lecture를 들을 때 든 생각은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흑인과 아시아계사람이 많구나, 였습니다. 그 다음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에 놀라고, 나이분포가 쌍봉낙타곡선(머리 새하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척 많았습니다)을 그리고 있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후에 신세현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hemorheology분야가 돈이 되지 않는 분야라서, 미국내 연구그룹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한때는 관심이 치솟았지만, 현재는 수그러들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젊은 교수들이 많이 보이지 않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합니다. 또한 첫 날 포스터 발표를 하였는데, 여기선 더 황당했습니다. 초록은 총 120여편의 포스터발표가 실려있었는데, 실제로 포스터가 붙어있는 곳은 그 1/3도 되지 않았습니다. 구두발표가 주로 RBC 또는 백혈구와 관련된 hemorheology였고, 오히려 포스터발표에 흥미로워보였던 내용들이 꽤 있었는데, 발표자들이 참석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뒷얘기에 따르면, 요즘 미국비자받기가 까다로워져서 이런 황당한 경우가 생겼다고 하는데, 역시 외부(특히 제3세계)에서 오는 이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공백이 생긴게 아닐까 합니다.
또 몇가지 여담을 들자면, 네이티브가 많지 않아서인지(다른 학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표자의 영어실력에 상당히 관대해 보였습니다. 버벅거리는 일본 학생(학생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의 대답을 끈기있게 들어주고, 질문을 못 알아들었을 땐, 여기저기서 다른 말로 다시 말해주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 다른 일본학생의 발표에서는 좌장이 일본어로 통역해서 얘기해주고, 이를 다시 영어로 바꿔서 대답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또 아프리카에서 오신 듯한 분이 optimum과 optimal condition의 차이점을 물어보시더군요. 전 순간 제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습니다. 발표자가 황당해 하는게 보였는데, 그래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농담한마디까지 덧붙여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시더군요. 이런 분위기이면 구두발표도 다른 학회에 비하면 좀 덜 긴장하면서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쉬웠습니다.

4.        흥미로웠던 발표들
아는 대로 보이기 때문인지, 저는 cell mechanics나 microchannel 관련된 method 세션들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그 중 몇 개만 뽑아보았습니다.
1)        Session3: Novel microfluidic designs and emerging principles regarding flow
A.        Microchannel을 이용한 DNA sorting 방법을 제시
기존의 DNA를 separation하는 방법에서 한걸음 나아가서, 동그란 hole과 통로(?)로 연결된 마이크로채널내에서 hole사이즈와 통로길이에 따라서 DNA를 separation하고, hole을 건너가는 확률을 계산.
B.        Sorting, capture, and concentration of cells in microdevices: geometric design
마이크로채널내에 독특한 geometry로 설계하고(윗면은 그대로 직선이고, 아랫면에서 유로가 반포물선형태로 좁아졌다가 다시 반포물선형태로 넓어짐-상상안되시는 분은 오세요. 그려드릴께요^^;) Dielectric phoretic(DEP)정도에 따라 미생물들이 outlet에서 무지개처럼 정렬을 하는데, 동영상을 보면서 우와했습니다. 무지개색으로 정렬하기까지 geometry를 이것저것 파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을 듯합니다. 처음엔 사각유로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변형시켰다고 합니다.
2)        Session13: Cell mechanics and mechanobiology
A.        Roles of stress direction and intracellular rheology in mechanotransduction and endothelial cells : S. Chien
Pulsatile shear 또는 oscillatory shear를 준 경우, cytoskeleton의 모양이 달라짐을 directional paticle tracking microrheology를 이용해서 정량화. MSD의 x축과 y축의 방향별로 MSD의 값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부터 cell의 양축 방향의 탄성이 서로 다름을 보이고, angle distribution을 이용해서 정량분석함.
B.        Role of shear stress, myosin, and actin in the dynamic modulation of endothelial cell rheology: P.J. Butler
발표자가 S. Chien(위의발표)의 방에서 포닥을 하시는 분인듯 한데, 역시 directional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를 이용해서 shear stress값을 증가시켰을 때, MSD값이 증가. 이를 macro rheology와 비교하고, microrheology의 값이 less sensitive하다고 결론을 내림
3)        Plenary lecture5: The rheology of malaria infections: blue skies or stormy weather?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P. Falciparum이라는 세균이 RBC에 침투해서 발명하는데, 이때 RBC의 물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각종 method(optical trapping을 이용해서 deformation측정, microfluidi flow channel, membrane을 이용해서 빨아들이는데 저항하는 힘 측정, AFM으로 표면관찰)를 이용해서 분석하였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전학적으로도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게 인상깊었습니다. 연구가 참 체계적으로 이루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Session30: Cellular mechanics
A.        Remodeling of endothelial cells induced by tension transmitted through  intercellular junections: B. Ji(일본)
Intracellular adhesion mechanics를 보고자 tip으로 cell을 밀어내어서 tension을 주고, morphology의 변화를 confocal 현미경으로 관찰.

5.        사람들 관심은 어디에
4개 세션으로 나뉘어서 총 33개 세션의 구두발표와 40여편의 포스터발표가 있었습니다. 총 33개의 세션중 25여개 세션은 hemorheology, 즉 혈액과 적혈구, 백혈구에 관한 내용이었고, 제가 기대했었던 cell mechanics와 관련된 세션은 3-4개정도 되었습니다. 학회의 성격이 hemorheology쪽에 많이 치우쳐 있었습니다. Plenary lecture역시, RBC와 관련된 발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발표구성만 보았을 때는 이 사람들은 여전히 RBC의 aggregation과 deformation에 관심이 많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표장에서는 cell mechanics 쪽에 사람들이 매우 많았던 점이 놀라웠습니다.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로 cell 내부의 물성을 측정한 발표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같은 시간 다른 세션장에는 3-4명의 사람들만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요. RBC 역시 여전히 관심이 집중된 듯 보였지만, 난주언니의 말에 따르면, 4년 전 언니가 들었던 내용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리적으로, 생리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할만한 이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에 이렇고, 저렇게 하니까 이렇더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발표를 듣고 그래서뭐? 어쩌라는것이지?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6.        Microrheology의 방향은 어디로.
Microrheology의 장점은 일반적인 conventional rheometer를 이용해서 측정하는 bulk rheology를 적용하기 힘든 경우에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마이크론 사이즈의 아주 작은 단위에서의 물성을 보고자 할 때, 값이 매우 비싸서 샘플을 많이 구할 수 없을 때 유용합니다. 그리고 transient 상황과 같은 시간에 따라 물성이 변화하는 샘플의 경우에 damage나 변화를 주지 않고, 자체에 의한 물성변화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장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요? 결국 종착점은 cell과 같은 아주 작은 물질의 내부물성을 보는 것이고, gelation 또는 polymerization 또는 경화과정과 같은 trasient상황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의 방향도 이 두 흐름을 따라가고 있고요. 하버드대학의 Weitz 그룹과, 존스홉킨스의과대학의 Wirtz 그룹이 cell과 관련해서 논문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축이라고 할 수 있는 델라웨어의 Furst그룹은 gelation과 관련해서 2008년 PRL에 논문을 냈습니다. 한동안은 이 두 축을 중심으로 microrheology의 application이 진행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Cell과 같은 바이오 물질의 경우(혈액처럼) 샘플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긴밀한 코웍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실험이 진행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일단 실험하는 대로 마치 이건 우리가 했어! 땅따먹기처럼 논문이 발표되고 있어서, 앞으로 한동안은 물리적인 의미를 따지면서 체계적인 정리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합니다. 뛰어들자면, 지금도 늦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어떤 실험실과 코웍을 맺느냐인데, cell mechanics를 다루는 곳이 우리 나라에도 있을지, 또 코웍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gel이나 상혁이가 실험하고 있는 dental paste같은 경우는 빠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궤도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점도가 꽤 높아서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를 쓸 수 있을지 테스트 중인데, 만약 가능하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듯 합니다.

7.        마치며
이번 학회 기간 내내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제가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 라는 “method”에 너무 집착하고 있었던건 아닌지였습니다. Method는 어떤 대상을 분석하기 위한 tool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건 아닌데 말이죠(방법론을 추가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게 아니라면). 현재 제가 characterize하는 것은 biofilm이라는 어떤 물질입니다. 초점을 좀 잘못 잡고 있었던게 아닌가 합니다. 이것저것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흥미로웠던 발표도 꽤 있었고, 몰랐던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접하고,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