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2008 후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몬트레이에서 열린 15th International Congress on Rheology 에 참석했습니다. 4년 전 서울에서 열린 ICR에서의 철없는 석사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는 기업 프로젝트를 하며 이렇다 할 연구테마를 가지지 못할 때 였습니다. 지금 박사과정으로서 나의 작품을 가지고 세계대회에 나갔다는 학회 참석의 의의를 되새깁니다. 더불어 유변학 프로들의 세계에서 나의 위치와 앞으로의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다른 프로들의 발표를 보고 들으며 열정을 더욱 굳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Plenary lecture와 Keynote lecture의 발표자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 단상 위에 서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회는 '비지니스' 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좀 더 빨리 이해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도 남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생활하고 학회 참석 기회도 많이 가져야 합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최대한 활용하고 없다면 만들어야 합니다. 부디 후배들이 제가 말하는 비지니스에 대해서 좀 더 빨리 이해하길 바랍니다. 과거 세상을 움직였던 정치지도자, 과학자, 종교인 등의 공통점은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 '자신감', '성실' 없이는 아무런 일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곤 합니다. 대다수 발표자들의 발표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하는 연구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무형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교수님께서 국제협력에 대해 자주 강조하시곤 합니다. 프로시딩에서 발표자와 기관을 보면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구한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경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곤 합니다. 그래서 외교는 '천재들의 전쟁'이라는 칭호가 붙나 봅니다. 유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독보적이건 아니건 국제적으로 고립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우수한 연구집단과 교류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아시아 유변삼국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한국의 경우 ARC 국제심포지움 등을 통해서 국제협력을 비교적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와타나베, 도이, 고야마 교수 등이 주축으로 나름대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고 최근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중국의 경우 아직은 국제협력의 이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국적의 중국인을 제외하면 영향력 있는 중국인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발표자도 10명 내외로 매우 적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이나 중국에 추월 당하지 않으려면 책임감을 느끼며 연구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다가올 4th IWFEAYR에서 일본과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창한 한국식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인 발표자 중에서 몇 명이 어색하지 않게 영어로 발표하고 질의 응답하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 같습니다. 준비된 자가 쓰임 받듯이... 영어를 평생 쓰던지 아니면 폼 나게 한번만 쓰던지 간에 영어실력을 쌓아야 겠습니다. 이번 학회에서 구두발표를 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학생시절 ICR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일 것입니다. 전 세계의 유변학자들 앞에서 나의 연구를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원인으로 국제대회의 경험부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준비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3시간 동안의 포스터 발표시간에 작년 SOR에서 보다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특히, 프랑스 Coussot 그룹의 한 연구원이 꼼꼼하게 질문을 했는데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습니다. 그 그룹에서도 기존의 측정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물질의 특성을 정량화 하려고 하는데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관심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분야에서 '선점'하려면 논문을 빨리 써야 하겠습니다. 발표 슬라이드에 자신이 퍼블리쉬한 논문이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테니까요. 예를 들면, Kim et al., Journal of ... (2008) 이 되겠지요. 최근 유변학의 경향성을 살펴보면, complex flows, homogeneous polymeric systems, suspensions and colloids에 대한 섹션이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일은 New experimental methods 섹션에서 다양한 방법의 rheometry(Free surface, RheoOptics/NMR, Microfluidic, Extreme, Squeeze flow rheometry)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유변학이 기존의 conventional rheometry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앞으로 더 새로운 rheometry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 집니다. 학회에 참석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배우고 오자.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혜택이 결코 공짜가 아니며 빚진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깨닫습니다.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두 분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