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들 후기를 올리니, 안올릴수가 없군요...^^ 저도 제4회 유럽유변학회에 잘 다녀왔습니다.
사람참많았던 로마 도심 곳곳과는 달리, 학회장은 나폴리의 조그만 시골, 어느 대학 캠퍼스였습니다.
단조롭고 삭막했던 건물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수없는 화려한 색감의 학교가 특이한 곳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럽유변학회로 유럽을 처음 가보고, 또 (마지막?이지는 않기를 바라지만, 아무튼 현재) 마지막으로 유럽을 다녀왔습니다.
열일곱에 충주에서 청주로, 스무살에 서울로 올라와서, 이십대 중반부터 몸담기 시작한 실험실덕에 좋은 구경은 많이 했습니다.^^

학회기간동안, 이번이 마지막 유럽유변학회라고 생각하니, 처음 외국학회에 갔었던 독일에서의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
유변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얼레벌레 포스터들고 다녀왔었던..
남들이 뭐하는지는 들어도 모르겠고, 솔직히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저는 늘 호기심 제로였거든요.
지금 이렇게 이곳에서의 생활이 7년째 접어들면서, 이제야 슬슬 남들이 모하는지 보이기 시작하네요. (물론 너무 늦었죠.^^)
그전에 오랫동안 느끼던 발표들과의 괴리도 줄어들고, 궁금한 것들도 생기고, 저사람은 추가로 이런거해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아예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아닌가봅니다. 이전에는 몰라서 궁금한게 없었던 거지요. 한발짝 한발짝 다가갈수록 바다는 점점 더 크게 다가오네요.
그걸 깨달은 그 때가 너무 늦지 않게, 항상 준비하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이 학위과정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성실하게 임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멀리 내다보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노력은 소홀히 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대가러스하신 분들이 항상 열정적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이 알면 많이 궁금해지고, 그러면 많이 해결하고, 또 공부하고..

학회가면서 기대했던, 입자계 관련 실험이 거의 없어서, 직접적인 지식을 얻기 보다는 이런저런 분위기 전환을 하고 왔습니다.
괜히 한발 물러나지말고, 억지로 관심을 끄지 않는다면 시야도 넓어질 것이고, 더 알아내야 할 것도, 더 공부해야할 것도 널려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년엔 유변학의 월드컵격인 ICR이 열린다고 하니, 그때까지 작품하나 만들어보세요. 또 누가 압니까 전원갈지..ㅋ)
항상 학회를 다녀오면 무언가를 느끼며 뿌듯해하기도 하지만, 할일이 태산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더 고민하고 힘을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