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Joint workshop on Rheology for Doctor Candidates among Korea, Japan and China 후기

1. 학회

학회명이 긴 2007' Joint workshop on Rheology for Doctor Candidates among Korea, Japan and China는 지난 8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중국 항주의 절강대에서 열렸습니다.
학회명을 지을 때, China가 제목의 가장 뒤에 위치한 것은 개최국의 미덕인 듯 한데, Korea와 Japan의 순서는 아주 적지는 않게 고민해봤을만한 점일 듯 합니다.
이번 워크샵이 작년에 이은 두번째라 합니다. 친숙한 한중일 유변학회도 2007년이 2회째이니 근래들어 유변학 분야에 있어 한중일의 우호 증진과 기술 교류에 대한 요구와 노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중국 교수와 중국 학생이 다수, 일본에서는 교수 4분 그리고 10명 이내의 학생, 그리고 한국에서는 우리 실험실의 두 교수님과 저희 6명이 이 학회를 참가했습니다.
한중일 학회에서 보았던 사람들이 제법 있지 않을까 기대하였지만, 일본의 Masubuchi교수와 중국의 Wei Yu교수를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계절과 장소에 대한 점, 한중일 학회에 비해 아직 외국인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그리고 학생들간의 '우호 증진'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학회 스테프들이 매우 친절하였고, 나름 저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발표

오럴 발표는 교수님 40분 학생 15분의 형식이었습니다. 중국 학생들은 대본을 완벽하게 외운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 교수님들은 한국에서 듣기 힘든 발음을 많이 사용하여, 아주 유창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유럽 유변학회와 같은 서양 사람들의 영어보다는 훨씬 듣기가 수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표 내용은 마쓰부치 교수를 제외하고는 시뮬레이션 분야가 없었습니다. 특히 중국 학생의 경우 제가 모르기 때문인지 다들 비슷비슷한 고분자 합성과 물성 연구를 하고 있는 듯 하여 재미가 없었습니다.
일본에서는 bio motor에 대한 발표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생체의 에너지 - 동력 전환 효율이 인간이 만든 기관보다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bio motor가 미래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잘 모르겠던 마쓰부치 교수의 molecular dynamics 연구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고분자의 entanglement를 적절히 모사하는 모델링을 보면서, 일본은 빠삭한 이론에 근거하여 fancy한 rheology modeling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포스터 발표는 두시간동안 2방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저의 자리는 방의 구석 벽쪽 방향으로 아무도 없을법한 자리에 배치되었습니다.
시뮬레이션에 관심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 제 포스터에 질문을 하거나 오래 보는 사람은 마쓰부치 교수님과 중국 학생 둘, 다 합쳐 3명이었습니다. 중국 학생 중 하나는 자기는 어떤 패키지를 이용해서 MD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하면서,
저에게 어떻게 계산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나머지 중국 학생은 아주 오래 보기만 하고 갔습니다.
자리때문에 저에게 찾아온다고 미리 말씀하신 마쓰부치 교수님도 포스터 세션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에 '아 여기있었구나' 하면서 찾아왔습니다.
마교수님은 제 포스터에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질문하시고, 변수 설정과 시스템 설정에 있어 유의할점, 그리고 보아야 할 결과들을 조언해 주었고, 저도 궁금한것 몇개 질문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번의 학회때는 학생들과 거의 아는척 하지 않아 서먹했던 마교수님이 이번에 왠일인지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해서 괜찮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제가 관심이 있어하는 발표가 많지 않아 학회가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스터 발표를 통해 즉석 영어를 테스트 해 보고, 조언을 받는 것은 의미있었습니다.
아울러 모든 발표에 질문을 하는 한 중국 학생을 보면서, 발전하는 중국을 성급한 일반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중국

출발하기 전 교수님께서 이번 중국 학회를 보낸 목적은 '학회' 보다는 '중국'에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예상외로 학회는 전혀 널럴하지 않았지만, 발표 내용과 제 지식의 괴리로 역시 '학회' 보다는 '중국'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 상대성
옳고 그름. 맛있음 맛없음. 더움 안더움...

이번 학회 여정을 통해 느낀 것은 중국은 '틀린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어찌보면 시끄러웠지만, 어찌보면 활기찹니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용하기도 하지만 침울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강한 향이 나고 약간 역겨워 보이는 음식은 그들에게는 진수성찬입니다. 왜 제이슨은 이렇게 맛있는 우리나라 음식을 잘 못먹고 힘들어 하나 하고 생각했던 점을 반성합니다.
저는 반바지 차림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지만, 중국 사람들은 긴 청바지를 입고 산을 잘도 올라가며 뜨거운 꼬치도 먹습니다. 그들에게는 이곳 기후가 익숙하겠지요..

다양화되는 우리 사회를 편안히 잘 살기 위해, 나아가 세계화 되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중에 하나가 상대적 가치의 인정일 것입니다.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해야 할 행동은 그것을 욕하거나 비웃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왜 다른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 사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짝퉁 비리 왕국'에서 탈퇴를 공언한 중국이라 하지만, 마음놓고 아무것이나 먹거나 사는 것은 아직 위험한가 봅니다. 실제로 저에게 우연찮게 50위안 위조지폐가 들어왔는데, 이를 다시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기에는 주의해야 할 것들이 몇가지 남아있는 곳인 듯 합니다.
저희가 있었던 항주와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제법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합니다. 그래서인지 건물들이 으리으리하였으며,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이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만큼 보였습니다.
특히 상하이는 엄청난 높이의 마천루들과 길거리, 럭셔리한 건물들은 서울의 그것을 압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리 큰 규모의 도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으레 있을법한 네비게이션이 달린 택시를 한번도 타보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면, 내적 질은 아직 상하이가 아직 서울의 몇년 전 모습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마치면서

학회 첫날 opening ceremony를 마치자 마자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위 사진 참조)
특이한 점은 사진찍는 아저씨가 더운 날씨에 자리를 일일이 지정하면서 원, 투, 쓰리를 아주 크게 세면서 즐겁게 찍었던 점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사진사라면 저렇게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을까 생각이 남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조금 시끄럽고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친절하고 적극적입니다. Another world로 가서 더워 조금 고생하였지만 새로운 세상과 소중한 교훈을 느낄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