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t Lake city에서 열린 SOR을 다녀왔습니다.

2005년 처음으로 Vancouver에서 열렸던 SOR을 갔을 때에는 세상의 유변학자들이 무엇을 할까에 대한 호기심뿐이었습니다. 발표, business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2006년 Denver의 학회에서 한 Luncheon session의 3분 발표는 발표를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발표자 2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 학회에서 발표를 통해 받은 인상이 그 사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것은 학회에서 발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매우 소중한 소득이었습니다. 또한 학회를 다녀온 후 다녀온 공병호의 자기경영 아카데미를 통해 처음 접한 '기업가 정신'은 현재 저의 위치 및 미래에 대한 목표 설정, 살아 나가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학회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발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갈수록 발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이러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발표가 있었는데, MIT McKinley 교수의 발표였습니다. 훌륭했습니다. 저는 이 교수님의 연구 내용을 세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명성이나 학문적 위치를 볼 때 연구 내용 또한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 자료는 매우 꼼꼼하였으며, 분명 발표 연습도 꽤 많이 하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발표가 완벽하였습니다. 정말 인상적인 점은 animation을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animation은 시간이 길어 약간 지루해 질 수 있을 때 긴장감을 주거나, 강조를 하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학회 발표처럼 짧은 시간에 전달하는 발표에 animation을 사용하면 산만해질수 있거나 어설픈 animation에 의해 화면과 대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McKinley 교수의 발표는 많은 animation을 사용하면서도. 슬라이드를 보면서 발표한다기 보다는 다음 화면, 다음 슬라이드에 뭐가 나올지를 예상하고 있는 듯한, 대사와 slide의 synchronization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눈을 감아도 발표 자료 몇번째 슬라이드에 어느 내용이 있는지, animation이 어느 순서로 뜨는지, 어느 시점에 어떤 말을 하고 slide를 띄워야 하는지, 슬라이드 당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모두 고려되고 충분히 연습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 학회에서 연구 업적이 훌륭한 분들이 발표를 할 때에도, 자신이 만든 발표 자료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드러내거나, 자료를 한참 보고 난 후 이제 생각 났다는 듯 설명하는 발표자, 내용이 어느 슬라이드에 있는지 모르거나, 발표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아 마지막에 허겁지겁 끝내는 발표자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주는 지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확실히 McKinley 교수는 연구와 연구를 보여 주는 방법 모두 중요시 한다는, 진짜 최고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발표자였습니다.  

학회의 모든 활동은 시장에서 기업 활동과 같다는 생각이 학회를 다닐수록 더욱 강하게 듭니다. Collaborator를 찾고, postdoc의 자리를 구하고, 발표를 하면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는 모두 자신과 자신의 연구 성과를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고객을 찾고, 최고의 가격을 통해 제품을 팔거나, 사업 구상을 위해 동업자를 찾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발표라는 것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상품의 품질이 아무리 자신있어도 고객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면 상품의 가격도 제 값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고객의 소외를 받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좋은 예가 그 유명한 U of Akron의 왕교수의 발표였습니다. 발표는 분명 PRL, JOR, J. Chem. Phys 등 좋은 논문을 많이 쓴 연구 성과였습니다. 사실 연구 내용을 세세하게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주장을 매우 깔끔하게 설명하였다는 사람들의 평으로 봐서 연구 성과는 훌륭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지만 발표는 최악이었습니다.  발표 첫장부터 보여주는 과도한 자랑(표지에 최근 출판한 논문을 적었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부러웠지만, 현재 submit, review 중인 paper도 적어 놓았습니다. 아직 제가 경험이 많이 않아서 그런지, publish된 논문 이후로 심사중인 논문까지 발표자료 표지에 적는 것은 약간 어색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줄의 'Much more papers are being prepared'는 무슨 목적으로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앞의 화려한 논문들이 사라지고 마지막 이 한줄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발표 내내 보이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거만한 태도와 내내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publish된 결과라는 자랑, 25분 발표 시간을 모두 사용하여 청중의 질문 시간을 남겨놓지 않은 시간 관리, 질문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는 왜 굳이 발표를 하면서 청중의 반발을 이끌어 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훌륭한 제품을 개발한 사장이 시장에 나와서 자신의 제품은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바보다라는 식의 상품 광고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번 학회에서 제 포스터 발표는 청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습니다.  코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ISCST와는 달리 이번 SOR은 코팅에 관심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청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발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있는 성과가 있으면 그 성과와 의미를 먼저 홍보한 후 연구의 목적, 분야 등을 설명하는 전략을 사용하여 청중의 관심을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SOR은  아무도 나에 대하여 관심 없는 오지에 떨어졌을 때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긴 시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경험하는 해외 출장은 저에게 자신의 비젼이나 연구, 미래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번 학회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저의 연구에 대하여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습니다. 지난해의 학회는 저에게 인생의 목표, 태도 등에 매우 큰 영향을 준반면, 이번해의 학회는 발표라는, 좀 더 구체적인 주제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내년에는 목표로 하는 학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가지고 청중에게 멋있게 appeal할 수 있는, iphone을 시연회에 들고 나가는 Steve Jobs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상투적인것 처럼 보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말인데,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