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ver, Colorado 에서 열린 ISCST (International Society of Coating Science Technology)를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제가 주로 참석하고 발표할 학회이면서 제가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함께 지냈던 학생 및 일본 엔지니어, 교수님들을 모두 볼 수 있는 학회이기 때문에 출발전부터 많이 설레던 학회였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수요일 오전까지 진행된 학회에서 제가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에 대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poster preview를 통한 첫 발표.
아마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월, 화 이틀간 한자리에 모여서 luncheon(점심에 갖는 만찬 개념으로 간단한 점심 식사인 lunch와 구별됨.)을 갖는데 이 시간에 award와 poster preview를 합니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형식인 poster preview란 poster 발표자들이 자신의 포스터를 3장에 요약해서 3분 이내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구두발표보다는 시간이 짧고 분량도 작지만 중간에 말 끊기고 어리버리하면 3분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때문에 시간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월요일 첫순서였습니다. 영어 잘 못하는 동양인이라 어리버리할 것 같아서인지 session chair가 제게 와서 시간 꼭 지켜달라고 하더라군요. 그전에 대본 만들어 외우고, 전날과 그날 아침에 거울보고 레이저 포인터 사용하면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와 말하니 괜스레 긴장이 많이 되더군요. 실제로 나가서 발표할 때에는 레이저포인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발표하는 위치도 스크린에서 약간 뒤쪽이라 그래프를 가리킬 수 없는 위치가 되어버렸습니다. 터치패드를 문질러도 화살표가 나오지 않아 당황하면서 '오른쪽 위에 그래프를 보시면' 등으로 전달을 했습니다. 3분이란 시간을 너무 염두에 두어서인지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외운것을 그대로 읊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발표했는지 모르게 발표가 끝났습니다. 원래 앞에 나가서 하는 발표는 이런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두번째 사람부터는 너무 여유롭게 터치패드를 몇번 두드려 스크린에 나타나는 화살표를 사용하더군요.

2. 발표내용
발표 내용은 을 정리해보면
- 유체역학과 물질전달 문제 풀이 ( 코팅유동, vortex, 건조시 코팅층의 diffusion, concentration 변화)
- contact line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인 문제 풀이 (접촉각, wetting의 분자 모델)
- 다양한 코팅방법 (spin coating, slot coating, roll coating, coating on porous substrate)
- characterization technique about drying and coating
제가 작년에 다녀온 SOR과 비교해보면 SOR은 유변학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session에서 관련되고 재미있는 분야를 볼 수 있었지만 이 ISCST는 관련 및 관심분야와 관련되지 않아 보이는 분야가 뚜렸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3. 느낀 점
학회를 참석하면서, 발표를 듣고 발표후 평가를 들으며 발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발표의 중요성을 실감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번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과 학회중 발표자의 발표를 들으며, 특히 한국인 유학생의 발표를 듣고 그 발표의 평가를 들으며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두명의 발표가 극명하게 다르게 평가되는 것을 보고, 저 평가가 나중의 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지금껏 이런 것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요즘들어 '세계화'라든가 '일류', '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궁금해서' 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일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전략이나 방향 설정은 소홀히 한 채 오로지 제 '관심'을 기준으로 제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두고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일의 중요성보다는 개인의 취향 또는 관심에 따라 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석사시절은 그러한 일처리 방식이 충분히 효과가 있었고 방향에 문제가 있어도 '열정'만 있으면 하나의 ‘경험’ 이란 측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박사과정이 되어 '일류’가 되거나 또는 'global standard'에 도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석사시절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며 일을 대하는데 대한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구나 일을 대할 때, 중요성을 따질 때 제 ‘관심’의 기준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평가’ 또는 ‘이 연구가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예가 '발표'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제 방식으로는 발표는 공부한 것을 한번 정리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발표를 듣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내 일을 정리하고 다음에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나중에 제가 중요한 자리에서 발표를 할 때 이번 두 명의 한국 유학생의 발표에 대한 평가처럼 복구하기 힘든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보여줄 짧은 시간인 발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금껏 자신이 자신의 일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고 열심히 해 왔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며,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은 단 20분에 의해 지금껏 고생하며 열심히 한 일이 성의 없이 한 것들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껏 중요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하나의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마 이번 기회에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지금껏 석사시절의 제 태도가 박사과정에서는 바뀌어야 할 하나의 구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4. 일류 집단의 일류와 이류  
학회 발표를 보면서, 특히 저와 비슷한 처지인 U of M 박사과정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일류’ 집단에 있어도 본인 마인드가 일류가 아니면 일류가 될 수 없을 것이며, 반대로 ‘일류’ 집단에 있지 않아도 ‘일류’의 마인드를 가지고 그것을 유지하면 ‘일류’로 올라 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슷한 일이 이런 생각을 한 다음날 다시한번 느낄 기회가 있었습니다. San Francisco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 마침 ACS를 참가하고 돌아오시는 신규순 교수님과 함께 앉게 되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이지만 다행이 교수님도 제 얼굴이 낯설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자연스레 박사에 대한 대화가 오갔는데 신규순 교수님은 지금 우리 학교에 있는 박사과정 학생들 중 몇 명은 해외에서 멋있게 활동하는데 또 다른 학생들은 박사를 취직을 위한 하나의 ‘자격증’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아쉬워하시더군요.  

5. global stadard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global standard에 왜 도달해야 하는지, 일류가 왜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마인드 정립에 맞추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일류에 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아보아야겠습니다. 박사과정이니 당연 제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준에 도달해야 하며, 그 외에 영어 또는 외국 문화 등에 관한 국제감각,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일류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생활 습관이 무엇인지 알아나가고 그것들을 실행에 옮겨야 하겠습니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과거 신입생 시절 또는 석사때에는 한가지 일에만 집중을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다 보니 한두개씩 빠뜨리고, 잊어버리고, 늦어지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박사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면서 조금씩 높은 위치로 올라가면 더욱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할텐데 결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간관리가 관건입니다. 이에 대한 방법을 배우고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6. 왜 학회를 참석하는가?
처음 학회를 가서인지 대부분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였습니다. 논문 하나 읽는데도 거의 하루가 걸리는데 그러한 논문의 내용을 압축해서 20분동안 영어로 발표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안교수님과 대화를 하면서 발표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고, 저와 코팅 팀의 연구주제에 대해 수시로 토론을 한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대가들의 얼굴을 익히고 강의를 듣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올바른 마인드를 정립하는 것이 기술이나 내용 하나 익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저 같은 학생 입장에서 제 발표자료를 준비하고 그 자료를 발표해보면서, 또한 그쪽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그 사람을 평가하면서 내가 저 정도의 발표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를 비교해 보면서 자극을 받은 것이 이번 학회를 다녀와서 무엇보다 크게 얻은 점입니다. 이런점을 느끼게 해 준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