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Colorado의 Denver에서 열린 APS (American Physical Society) March Meeting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가는 physics하는 학회라니, 긴장이 되기도하고, 에이..대충 듣지모 나랑 비슷한거 있겠어? 하는 생각도 들어 한결 마음이 가볍기도 했습니다. 덴버는 Rocky산맥이 유명해서, 겨울에는 스키어들로 붐빈다고 하던데, 외곽지역에는 차도 없고 해서 갈 엄두도 못내고 다운타운에만 머물렀습니다. 마냥 볕이 좋은 작고 예쁜 다운타운이 인상적인 도시였지만, 학회가 열리는 Convention center로 들어가면서..압도를 당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크고 다양한 meeting room들, 제가 길치라, 일주일이 지났어도 session에만 들어가면 길을 잃었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많고, 빡빡한 학회, 커피도 안주고 abstract book이 없는 학회는 처음이었습니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듯한 휘둥그레한 눈으로 내내 학회장을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Quantum에서 polymer에 이르는 광활한 세션중에, 주로 저는 fluid dynamics division에 자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발표하는 사람들이 모두 physicist?!라 생각하니, 모두 대단해보이고, 발표중간중간 등장하는 reference paper들의 impact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처음 접하는 다양한 주제들에서 흥미를 찾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한편 드는 생각이 지금까지 저는 fluid mechanics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보았던 physics에도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도 막연히 들더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mechanics는 커녕, calculator에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생각 보다는 계산을 하고 계산이 끝나면 연구가 끝난 듯 말이지요. 그놈의 “코드구현”이 항상 제 목표란 착각. 오랜시간의 학위과정중에서 더 중요한 “저 숫자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숲을 다 지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가본 광활한 학회에서, 무엇보다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점에서 이번 학회의 제일 큰 의의를 찾고 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남은 졸업까지의 기간이 마무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도전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제가 가진 calculation이란 무기로, 문제정의도, 해석도 그 physicist처럼 접근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부러움과 반성으로 가득했던 학회기간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나도 할수 있을것이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기더군요.^^
끝으로 기회를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한 마음과 다른 학생들의 대신으로 다녀온 미안한 마음으로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