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본 중국....
1. 중국...
나에게 있어 중국은 항상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나라였다.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이자 그 이후로 거의 모든 방면에서 아시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나라... 그러면서도 공산주의라는 틀 아래에서 순식간에 가난한 나라, 무식한 나라가 되어버린 곳... 아마 우리가 이 나라를 무시한 것은 역사를 통틀어서 근 몇십년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중국이 이제는 승천하는 용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생산공장이 중국에 모이며 세계의 공장이란 칭호를 듣고 있고, 정책적으로 발전시킨 상하이는 이미 세계 경제의 중심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중국 10억 인구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큰 손 고객 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 출장은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우려와 기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국을 직접 방문하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2. 느낌...
중국에 대한 첫 인상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워낙 중국의 무서운 성장을 많이 들어 기대치가 컸었던 탓인지, 내 눈앞에 보이는 중국의 첫 느낌은 '아직은...' 이였다. 공항에서의 느릿느릿한 시스템, 무언가 어설퍼보이는 대중교통과 호텔, 조금은 이해할 수 없었던 학회 운영방식 등...아직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항주에서의 느낌이였고, 상하이는 또다른 도시였다. 정말 하늘높은줄 모르고 오르고있는 건물들이 즐비한 푸둥, 예전 건물들을 살려서 관광효과까지 거두고있는 와이탄, 상하이의 쇼핑1번지 난징둥루 등을 보면서는 정말 중국의 성장 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2008년 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시내 곳곳에 있는 홍보 게시물과 기념품점, 또 거의 매일 TV에서 볼 수있는 올림픽 준비상황 안내 등은 중국이 얼마나 올림픽을 중요시 생각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을 한단계 발전 시키려는지를 볼 수 있는 면이였다. 아마 내년 이맘 때가 지나고 나서 중국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3. 학회...
사실 학회로서는 큰 기대를 안하고 간 행사였다. 너무나 준비가 허술해 보였고, 현지에 도착할 때 까지는 정확히 어디서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준비가 허술하면 참가자도 해이해 진다던가...나역시 예전학회보다는 조금 풀어진 자세로 임했던 것 같다. 하지만 편한 마음 덕분인지 여느 학회보다도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외국학생 외국교수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던 자리였다. 포스터에서도 마스부치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여서 편하게 설명할 수 있었고, 친절했던 일본 교수님들과 학생들과도 같이 다니면서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반면 중국친구들은 우리를 의무감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안내를 하면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별로 말이 없었고, 무언가를 물어봐도 거의 최소한의 대답만 들려왔다. 지난 한중일때도 느낀 것이지만 아직 중국친구들과 친해지기엔 무언가 벽이 있는 것 같다.
4. 책과 현실...
이번 중국 출장을 가면서 들고간 두권의 책이 있다. 한권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있는 이기영이란 분의 '중국 그리고 중국인'이란 책이고, 다른 한권은 그 유명한 '논어'이다. '중국 그리고 중국인'에서는 저자의 지난 유학생활과 음식사업을 필두로한 여러 사업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이 중국에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하는데, 특히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과 이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한국을 우려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부분이 많았다. 나역시 중국에 대해서 큰 위기의식을 안 느꼈다는 점에서 이책은 중국을 다시금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또 한권 '논어'는 생각 외로 큰 감동을 준 책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고전은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얇기도 하거니와, 작가가 논어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의 형식으로 재미나게 풀었다는 것이 흥미로워서 들고간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난 후에는 이러한 조상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을 정말 다시보게 되었다. 특히 주어진 상황을 잘 이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지혜, 상대의 심리와 의중을 꿰뚫는 면면, 본인의 신념과 말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삶의 태도 등 공자의 지혜는 현대인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느낌이였다.
이 두책에서 내가 느낀 중국인의 미덕은 '돈'과 '예'였는데, 이는 중국의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서로의 관계를 중요시 생각하여 예의를 차리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중국인의 모습은 우리를 대하는 중국사람에게서 계속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친구가 아니라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중국인의 모습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또 시내에 버젓이 있는 가짜 아디다스 매장이나, 곳곳에서 만난 '가방,시계' 를 외치는 '가짜' 상인들, 백화점보다도 2배이상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팔려하는 상인들에게서 돈이라면 상도를 따지지 않는 다는 중국인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친해지기도 어렵고, 이익이라면 가차없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5. 사람들...
이번에 같이 지낸 사람들은 크게 두그룹이였다. 외국인과 한국인... 외국인들과는 큰 불편없이 참 재미나게 잘 지냈다는 느낌이다. 특히 학회 셋째날 일본인 교수가 초청하여 함께 먹은 저녁식사는 정말 재미난 경험이였다. 한중일 삼국 10명정도가 원탁에 앉아 저녁과 술을 즐기며 함께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과 그 곳에 내가 당당히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반면 한국친구들과는 잘 지내지 못한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항상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6명이 함께 다닌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였다. 주어진 상황은 공동에게 주어진 것인데, 그 속에서 각자 하고자하는 바가 다를 때, 이를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을대로 하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세상일이란게 그렇게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덕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렇듯 여러가지를 느끼고 온 중국 출장이였다. 좋았던 점은 중국이라는 곳을 두 눈으로 직접 봤다는 것과, 여러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였다. 반면 학회 자체와 무더웠던 날씨는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또 언제 중국을 방문하던, 그때는 지금과는 또다른 모습의 중국이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역시 그속에서 경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실험실 선후배님께...
오늘 아침 교수님의 메일을 받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출장후기를 빨리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적이 없었기에,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후배들에게 이번주 안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었기에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학회출장 후기는 바로 쓰는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또 이러한 불찰때문에 우리 실험실이 2류, 쓰레기라는 비유를 받은 것 역시 선후배님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매사에 심사숙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임감과 관련하여서는 외부의 누군가가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하였는지 궁금해 지네요. 이런 이야기는 자성의 목소리로 나왔어야 하는데, 누군가가 우리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니 아쉽습니다. 저역시 책임감을 중요한 미덕으로 생각하면서도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주어진 상황에 책임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출근시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주어진 규율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럼 저 스스로부터 노력할테니, 우리 모두 일류 실험실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