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FEAYR 참석 후기

지난 21~23일에 태국에서 열린 한중일태 워크샵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2006년 1회 한중일 워크샵 때는 준비를 도왔었고, 2회에는 일본에 가서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2년만에 다시 찾은 한중일 워크샵은 그 분위기 만큼은 그대로 였습니다. 특히 태국측에서 정말 마음먹고 준비한 것이 눈에 띄여서 조금은 감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20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태국을 향할 때만 해도, 첫날 발표에 대한 부담감에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밤 12시 부터 3시 30분까지 현지 학회 장소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에, 그 다음날 컨디션 조절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회 첫날 아침, 역시 낯설지 않은 분위기의 학회장소와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여러모로 신경쓴 흔적이 보이는 학회장의 분위기에 조금 놀라면서 제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저는 첫날 마지막 순서로, 'Simulation of aggregated 2D networks subjected to shear flow' 란 제목으로 2D suspension에 관한 발표를 하였습니다. 발표는 연습했던 대로 큰 탈없이 마쳤는데, 질문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왔던 질문들을 하나하나 적어보면...
1) 일본 및 중국의 대표주자 Chen: '3D system을 어떻게 2D로 모사했는가', 'simulation의 point of view가 어떻게 되는가'  
2) Concentrated suspension에 대한 발표를 한 중국의 Guo: 'Interparticle force의 role이 무엇인가', '입자가 overlap 되지는 않았는가', '입자가 커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3) 일본의 Horio: 'Tangential frictional force의 물리적 의미가 무엇인가'
4) 일본의 다니구치 교수님: 'Experimental domain의 size와 wall effect의 영향은 어떻게 되는가'
5) 태국의 서로 다른 두분: 'Interface에서의 여러 force를 어떻게 고려했는가', 'Deformable particle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6) 와타나베 교수님: 'Tangential frictional force 역시 hydrodynamic interaction의 한 처리방법이 아니겠는가'
등 총 7분께 여러 질문을 들었습니다. 질의 응답을 하면서 느낀점은 우선 질문을 듣기 어려울 때 정말 난감하다는 것과, 대답을 하는 저를 보면 결국 듣고싶은 대로 질문을 듣고 제가 말하고 싶은대로 대답한다는 것이였습니다. 특히 많은 질문에 대해서, 정확하게 물어본 것을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조금 더 일반화 시켜서 비교적 쉽게 대답해 버리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영어와 지식을 완벽하게 겸비해야 대처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발표를 마친 후에도 일본의 마스부치 교수님께서 Brownian motion의 영향에 대한 질문을 주셨고, 그 외에도 한국의 이성재 교수님, 조광수 교수님, 김명호 교수님께서 질문 및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저로서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발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질문해 주시는 것 자체가 처음이였고, 정말 기분좋은 또 소중한 경험이였습니다.


학회를 마친 후에는, 태국에서 준비해준 저녁식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은 서로 친해진다고 해도 학생들 끼리 어울리며 노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정말 색다르게 3일 내내 모든 참석자 분들이 같이 어울리는 자리였습니다. 그중에도 일본의 교토대 학생들이 단합되어 노는 모습은 조금은 충격이였습니다. 다 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같이 나와서 노력하며 어울리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자꾸 빼는 우리와는 조금 비교가 되어 아쉽기도 하였습니다.

한중일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워크샵은 서로 친해지는 자리이기도 또 서로 경쟁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발표이건 어울려 노는 시간이건 미묘하게 마치 아시안게임을 하듯, 서로 조금은 의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느낌에는 이번에도 역시 한국과 일본이 분위기를 주도하였고, 특히 우리 실험실과 와타나베 교수님 실험실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눈에 띄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경쟁하면서도 어느새 서로 많이 친해져서 점점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며 친해지며 점차 높은 수준으로 향해 가는 것이 이 워크샵의 목표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한중일태 워크샵의 특징인 excursion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반나절 정도씩을 투자해서 한번은 피마이 사원을 한번은 태국의 옛 수도였다는 아유타야를 다녀왔습니다. 두 장소 모두 생각보다 정비가 잘 안되어 있었고, 또 제가 사전지식이 워낙 없었던 터라 많은 것을 느끼지는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아유타야의 시장 모습이나, 현지 교통수단인 뚝뚝 등을 이용하면서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에 더 생생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후기를 마치기 전에 와타나베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적고 싶습니다. 이 워크샵에 대한 와타나베 교수님의 애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일단 단일 실험실로는 가장 많은 참석인원을 동행하셨고, 이 워크샵의 가장 원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가장 동화되어 같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한국 중국 노래들에 일본어 가사를 달아 준비해 오셔서 같이 부르자고 하시는 세심한 배려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이번 워크샵에선 3일 내내 와타나베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께서 학생들과 같이 어울리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제 생각엔 전무후무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모로 우리 실험실 학생들을 많이 챙겨주신 교수님께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3년전에 이곳 서울에서 일본 중국 학생들과 서로 어렵게 발표를 하고 또 어색함을 깨며 어울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4회를 맞이하여 이제 한바퀴를 돌았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한국에서 일본 중국 태국 학생들을 초대하여 기억에 남는 워크샵으로 만들어 주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또 우리 실험실도 이번보다 더 훌륭하고 더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허락해 주신 교수님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