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5일간의 유럽유변학회를 다녀왔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대표적으로 유변학을 하는 미국이나 호주와는 미묘하게 다른 유럽사람들의 다양한 유변학에 대한 접근과 매년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체험이라는 면에서 보면 학회가 열린 예테보리라는 도시가 스웨덴의 제2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먹거리나 볼거리가 그리 다양하지는 못했습니다. 거기 사람들은 관광이라는 산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다가와서 도와줄까요 하는 모습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도시를 잘 개발했다는 느낌과 도시의 예전 모습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의 새로움을 조화롭게 도시를 조성했다는 것에 선진 복지국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았습니다. 학회 마지막 날에는 날씨가 맑았는데 햇볕이 귀한지 사람들이 볕이 들어오는 카페에만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서울 보다 작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천연자원의 활용 없이 볼보나 사브, 에릭슨 같은 기업이 생겨났다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저력을 보여줍니다. 유변학에 대해서는 그렇게 유명하게 알려진 사람은 없지만 다른 유럽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유변학이 저변에 널리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일간 계속 된 학회는 그리 일정이 빡빡하지 않았습니다. 9시에 시작해서 4-5시에 끝나는 정도였고 마지막 날도 3시쯤에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갔다 와서 비교해보니 같이 하는 유변학과는 그리 상관없어 보이는 ultrasonic techniques 특별 세션을 제하면 발표논문 수가 작년에 비해 10%정도 줄었더군요. 외진 곳이라 참석자가 약간 줄은 느낌이었습니다. shear thickening Wagner 교수 keynote lecture 전에는 아프리카 유변학회에 대한 광고도 있었습니다. 발표에서는 몇 가지 특이할 만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Yield stress에 대한 발표가 꽤 있었습니다. 특히 입자계에서의 yield stress에 대한 발표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Yield stress는 정의하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flow 상황이나 material에 따라서 다르게 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발표에서 입자계의 비선형 shear stress를 가지고 yield stress라고 정의를 한 것이 있었는데 제가 요즘 하는 연구에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 세션에서 대가들의 발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Keynote발표나 plenary lecture를 차지할 만한 Fuller, Mackley, Carreau 같은 분들이 일반세션에서 20분 발표를 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될 만한 것이었습니다.
현규형과 주영이가 있었던 KIT에서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현규형이 포닥으로 있었던 Wilhelm 교수의 발표에서 제가 그린 그래프가 인용이 되어서 뭔가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Wilhelm 교수의 발표 후 일본의 Watanabe 교수가 선형 영역에서 정의된 비선형 특성이 유효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이 문제를 가지고 두 분이 거의 세시간 가까이 토론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Wilhelm 교수는 고집이 센 분이라고 들었는데 한 분야의 전문가 두 사람의 토론의 결과가 어떻게 났을지 궁금하네요.
저는 마지막 날 dispersion rheology 쪽에서 발표를 하였는데 적당한 크기의 강의실과 적당한 수의 사람들 앞에서 긴장 안하고 발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질문은 두 개정도 받았고 하나는 제가 사용한 물질의 application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와 찌그러지는 스트레스 커브와 물질의 yield stress와 연관을 가지지 않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뒤에 질문은 정확히 의미를 파악을 못해서 그냥 yield stress가 없는 물질이다라고만 해서 나중에 질문한 사람과 다시 얘기를 했습니다. 입자가 더 많아 지면 yield stress가 분명히 생기고 stress curve에 대한 해석이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에 yield stress 개념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질문한 이 사람은 독일 사람인데 전남대 교수를 하고 계신 젊은 분이었습니다. 6월에 유변학회나 ISAR에서 보자고 하더군요.
이번 학회에는 여러 교수님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우리연구실 출신 분들이 많았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든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박승준 교수님과 같은 방을 썼는데 포닥, 회사, 교수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분에게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학회인데 그 동안 학회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좀더 성과를 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인생의 유익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경험의 기회와 조언을 주시는 교수님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