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0일부터 7월 9일 까지 실험차 독일 DESY 연구소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선형이형,독일 파견나가있는 우주형과 부산대 교수로 계신 현규선배님 세 분의 선배님들과 함께한 출장이었습니다.
출장의 목적은 scattering을 이용한 구조 분석 실험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고, target system은 pH를 달리한 PVA solution과 salt 농도를 변화시킨 ludox system이었습니다. 단순히 film을 만들어서 그 구조를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기 sample들의 액적을 건조시키는 과정 중 beam을 조사하여 그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기존 연구 결과보다 명확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건조 과정 중에 액적의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실험의 내용이나 의의에 대한 것은 선형이형이 출장보고때 자세히 발표해 주시리라 믿고 저는 실험에 대해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scattering 실험이라면 우리 주변에 있는 공동기기원이나 NICEM에서도 할 수 있으나 굳이 DESY lab의 beam을 사용해야 했던 이유는 이 연구소의 beam이 타 장비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전자가 가속되면 빛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는데 이를 얼마나 빠르게 가속시키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빛 에너지의 level이 다르다고 합니다.
- 가속기 역시 시대에 따라 기술적인 발전이 이루어져 최근들어 굉장히 강한 intensity와 정제된 주파수의 파장을 선택적으로 추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간단히 가속기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1세대 가속기는 bending magnet을 이용하여 일정한 속력으로 방향만을 바꾸어, 곡선으로 가속시키는 방식을 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2, 3세대 부터는 전자기장의 교차로 전자의 파동을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2세대에 사용한 유도체는 wiggler라고 불렀고 3세대는 undulato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포항공대가 2-3세대 중간정도에 해당하는 기술력의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Desy lab은 2 가지의 beam line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DORIS와 PETRA 두 가지가 그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사용한 DORIS line은 포항공대 가속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빛을 이용하는 line이고 PETRA는 DESY lab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beam을 만들어내는 lin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beam들은 원형으로 DESY lab 변두리를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각종 실험 장비들은 전자가 지나가는 가속 tube의 법선 방향으로 수십에서 수 백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사용한 DORIS beam은 일반적인 실험 scale의 beam intensity에 비해 수천배에 해당하는 세기이기 때문에 타 장비로 detecting할 수 없거나 detecting한다 해도 약한 빛의 세기로 인해 소요시간이 수 시간에 달할 내용의 실험을 수 초에 해결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비단 signal detecting 면에서 뿐만 아니라 beam을 90도로 반사시켜 rheometer plate위에 놓인 saple을 연직방향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점도 Rheo-SAXS 실험을 가능케 한 이 장비의 중요한 merit였습니다.
장점이 많은 만큼 복잡한 line이었는지.. 실험 개시 예정일부터 장비는 우리의 속을 썩였습니다. DESY doris beam line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으나 우리가 사용할 장비의 전원장치에 문제가 발생해서 이틀 정도를 장비 사용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예정되었던 실험이 산더미인데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실험에 대한 구상을 하던 우리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말투로 장비 사용을 하지 못한다는 한마디만 던지고 가버렸던 장비 담당자의 매정함도 가슴에 사무쳤었죠.. 하릴 없이 보냈던 시간에 대한 언급은 제쳐두더라도 앞으로 제가 살아 갈 세상에서 이런 일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의와는 전혀 관계 없이 다가오는 날벼락만 해도 이렇게 사무치는데 나 스스로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얼마나 많은 날벼락을 맞아야 할 지를 생각하니 꽤나 엄숙해 지더군요. 선형이형과 저는 연신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구나.' 라는 말을 되풀이 했었습니다.
다행히 시작된 실험 시간 동안은 정말 tough하게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줄기만 이야기 하자면 일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더라는 것과 그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자기의 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를 알고있기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실험에 대한 토론을 하고, sequence를 수도 없이 수정하고, target system의 우선 순위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사실 박사, 교수급 인력들과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값진 것이라 스스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출장의 기간 동안 선배님들의 모습 속에서 보았던 것을 한 구절로 제 머리속에 남기라 한다면 "필요한 그림 한장" 이라 하고 싶습니다. 그냥 한번 해 보자 가 아닌 '어떤 그림을 얻어 내야 한다' 라는 시나리오가 머리속에 이미 그려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속도감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한 두번 그를 경험해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정도의 레벨이 어제였다고 한다면, 출장 기간 동안은 그런 자세를 체득화 하는 기간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DORIS의 강한 빛 만큼이나 선명한 scattering pattern을 머리속에 남겨온 출장이었습니다. (빔에다가 직접 머리를 갖다 댔다는 의미는 아니구요.. 철저히 안전에 주의를 요하며 실험하고 왔습니다.-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