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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출발
- 호주를 향해,,,
처음 호주로 파견을 가야한다는 사실이 정해졌을 때 잠시 느꼈던 설레임은 오래가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어권 국가에 가본다는 사실에 설레임을 느꼈었고, 루즈해진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제 인생에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거란 기대에 차있었지만, 출국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부터 그 곳에서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혹시나 선배님들이 이루어놓은 우리 실험실에 대한 명성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런지, 제가 한국에서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일들을 다 하고 돌아올 수 있을지 등등의 걱정들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초행길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설레임과 약간의 걱정을 안고 도착한 호주는 그동안 한국에서의 저의 모든 근심이 기우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호주와의 첫 만남은 왠지모른 편안함을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 새로운 학교, 교수님, 친구들
첫날 도착하자 마자 교수님과의 미팅이 잡혀있었기에, 기숙사에 짐을 정리한 후 미팅 시간 전까지 산책을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에서는 멜번이 나름 호주 제2의 도시라는 생각에 당연히 서울, 부산 같이 복닥복닥 할 것만 같았었던 저는 크게 잘못 알고 있었구나 라고 깨닫기 까지는 오랜시간 걸리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공원들, 왠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들,,, 우리나라 교외에 나온 것 같았던 멜번의 첫 풍경은 저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주기 충분하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 라 불리는 중심가는 높은 빌딩들도 많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오래된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영국풍의 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a. 멜번 대학교
150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멜번 대학교는 호주 내에서도 호주국립대학교와 1, 2위를 다투며, 우수한 연구 기관과 다양한 종류의 주요 지식 기반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리서치 분야에서는 호주 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산업계와 정부, 기타 주요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가 말해주듯 캠퍼스 내에는 오래되 보이는 듯한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지만, 내부는 현대식 시설들로 꾸며져 있어 학교의 명성을 대변하는 듯 하였습니다.
b. Peter Scales group
Peter Scales 교수님과의 첫 미팅을 하러 갔을 때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었지만, 처음 저를 맞이해주신 교수님은 굉장히 친근하시고 유쾌하신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첫 인사도 잠시, 바로 제가 한국에서 어떠한 연구를 하였는지 물어보시며, 관심 분야와 여기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매우 진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대해주셨습니다. 앞으로의 일 년이라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어 저에게도, 또 그 쪽 그룹에게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만한 일들을 해보시자면 용기를 북돋아 주시곤 하셨습니다.
호주 실험실은 원칙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 들어갈 때에는 항상 실험복과 보안경을 착용해야 하고, 음식물은 절대 반입금지이며 건물은 사소한 일에 화재 경보음이 울릴 정도로 안전 사고에 매우 철저한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시약들은 항상 조성, 제조일자, 성분 등을 표시해야만 했고 사람들은 몸에 배여있는 듯 랩 규정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환전안전 교육도 받고 랩 규정에 대해서도 모두들 인식은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그 곳에서는 당연히 지켜지고 있다는 점은 배울만 하였습니다. 실험실 내부를 처음 구경했을 때에는 기기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받았습니다. Haake rheometer 와 수많은 vane 들, AR-G2, Mastersizer, 등과 같은 기본적인 상용 장비들과 직접 꾸민듯한 dewatering, filteration 장비들을 보고 나니, 우리 실험실의 기기 셋업 환경이 정말 잘 되어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인상 깊었던 점은 이런 간단한 장비 셋업만으로도 의미있는 결과들을 많이 도출해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Haake 와 vane, AR-G2 를 주로 사용하였는데 이렇게 나온 결과로 교수님과 미팅을 하면서 그 결과가 어떤 상황일지 예측하고, 다시 재실험하여 그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모델식을 사용화여 결국 의미있는 결과로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는 그냥 단순한 결과들로만 여겼던 것들이 의미 없는 것들이 아니라,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상상하고, 그리고 그것들을 결과로 도출하기 위해 모델식을 세워 확인하고 실험을 통해서 의미있는 결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공부 역시 당연히 따라가야 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험실 친구들은 정말,,, 수다스럽습니다. 물론 일을 할 때는 서로 바빠서 얼굴 한번 보기 힘들지만, 점심시간에는 저희 실험실처럼 여러 방에 흩어진 친구들이 서로 모여 같이 먹는데, 어제 서로 뭐 했는지서부터 신문에 나온 낱말퍼즐을 맞추면서도 깔깔거리며 대화할 정도로 유쾌한 친구들이었습니다. 한국 음식에 특히 관심이 많고 동남아시아권 친구들은 한국 드라마도 무척 좋아하고, 여자친구 선물하게 마시마로 인형 좀 구해달라는 친구도 있었을 정도로요. 근데 의아할 정도로 일본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실험실 생활은 출퇴근 시간은 따로 정해진 것은 없었습니다. 일찍 나오는 친구들은 무지 일찍 나와서 일을 시작하는 반면 늦게 나오는 친구들은 점심때나 다 되어서나 나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퇴근 시간 또한 굉장히 자유로웠습니다. 실험실에서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할 상황이면 사유를 작성하여 확인을 받아야 학교에 남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 뿐만 아니라 호주 어디서든 일찍 퇴근하여 저녁은 가족과 함께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호주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부부들이 너무 같이 붙어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라며 우스개 소리를 한 기억이 나네요.
세미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강당 같은데서 진행하는데 Peter 교수님 방뿐만 아니라 George Frank 교수님 방 학생들 (저희처럼 Peter 교수님 학생들과 George 교수님 학생들이 오피스에 섞여있습니다.) 뿐 아니라 다른 방 학생들도 들어와 교수님 없이 자기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집니다. 교수님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지만 서로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하는 결코 가벼운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교수님과 하는 미팅에서는 교수님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너무나도 편한 자세로 미팅 테이블에 앉아서 자유로운 토론을 하는 모습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2. 연구성과
저는 Flow and yield behavior of fine and coarse particulate mineral slurries 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Fine particle (Alumina; 140nm, Calcite; 3, 30 um) 들을 IEP 에서 완전히 응집시킨 후 sand (1mm) 를 넣어 입자 사이즈 분포가 큰 binary slurry 의 yield 와 flow behavior 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는 크게 (1) gel point, (2) yield stress, (3) flow behavior,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Particulate suspension 에서 입자들이 network 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critical concentration 을 gel point 라 정의할 수 있고, suspension 은 이 gel point 와 close packing fraction 사이의 농도에서 yield behavior 를 보입니다. 그래서 yield stress 에 관한 모델식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 gel point 와 close packing fraction 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게 됩니다. Binary slurry 의 gel point 와 close packing fraction 을 예측하기 위한 모델식을 세우고 Batch settling 실험을 통하여 결과를 매칭시키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또한 yield stress 모델식을 통하여 coarse fraction 에 따른 yield stress 경향을 알아본 결과, total solids volume fraction 이 증가할수록 binary slurry 의 yield stress 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coarse fraction 이 증가함에 따라서는 fine particle 이 형성하고 있던 network 를 coarse particle (coarse particle 끼리는 interparticle interaction 이 작용하지 않는) 들이 방해하여 결국 binary slurry 의 yield stress 는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fine particle suspension 의 농도가 낮아짐에 따라 coarse particle 은 침전하게 되는데 이를 stoke’s law 를 사용하여 sedimentation 을 예측하고 그것으로 slurry 의 shear rate-shear stress 결과에서 validation 영역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연구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먼저 정말 심도깊은 리뷰와 study 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뤄놓은 것들을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듦과 동시에 제 자신만의 연구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고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구 방향이 정해지면 결과를 예측하고, 예비 실험들을 진행하고 그것들을 보안해 나가기 위해 또 다른 실험들을 진행시키고, 어떠한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에는 그것들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험하여, 결국에는 객관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메커니즘, 어찌보면 정말 예전부터 이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나 이런 과정들이 정말 필요하고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야 절실히 느꼈던것 같습니다.
3. 돌아보며
호주 생활 초중반은 연구를 하며 정신없이 지냈었던 시간들이었다면 후반에는 한국에 돌아가서는 어떠한 일을 해야할 지에 관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얻은 작은 지식들, 소중한 경험들을 제 자산으로 만들어 미래의 더 발전해 있는 저를 만들기 위한 제일 중요한 시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귀국발표 자료를 만들며 예전 출국발표 자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출국하기 전에 저는 호주가서 이러한 것들을 하겠습니다 라고 하였던 것을 많이 이루지 못했더군요. 비록 생각했었던 연구와는 다른 연구를 진행하였지만,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란 이렇게 해야겠구나 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저를 한 단계 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파견을 나가보니 저와 같이 장기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소중하고 독특한 경우라는 것을 알 수 이었습니다. Peter group 같은 경우는 여러 group 과 collaboration 하는 듯 독일, 스위스 친구들이 저와 같이 파견 와 있었지만 다들 단기간 있다가 돌아간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다른 연구 환경을 접해보지 못한 호주 친구들을 보니, 이 친구들은 한정된 환경 안에서만 보고 느끼고 있고 저는 여러 다양한 환경을 접하며 느끼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제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호주 친구들이 저희 방으로 파견을 온다면 그 친구들은 우리 연구실의 연구 환경 면에서 적지않게 놀랄 일이 많을 듯 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그리고 저를 발전시킬 수 있을 만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이승종 선생님, 안경현 교수님과 많은 조언을 해주셨던 Peter Scales 교수님, 많은 디스커션 같이 해주었던 Dr. Shane 특별히 감사드리고 같이 유쾌한 추억들 만든 여러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