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부터 10월 13일까지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진행한 SoR에 포스터로 참석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학회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저의 첫 해외 학회였던 한중일 학회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압도 당하고 또 놀란 학회였습니다.
긴 비행 시간을 거치고 도착한 곳은 미국 북동부에 있는 도시 클리블랜드 였습니다. 저에게는 추신수가 뛰는 야구팀이 있어서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는 도시였는데요, 기대보다는 매우 휑한 도시 분위기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습니다(첫날에 식료품을 사려고 돌아다녔는데 진짜 살 곳이 없더군요...). 그래도 돌아다녀 보니 중계에서나 보던 메이저리그 야구장, NBA 농구장 등의 시설이 도심에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러워 보였습니다.
월요일에 본 학회가 시작하였고, 첫 번째 발표부터 놀라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뛰어난 연구 과정과 성과 때문에 말이죠. 발표 기술은 더욱더 말할 것도 없었고요. block copolymer를 주로 하시는 Wisconsin의 Juan J.Pablo 교수님의 발표였는데요, Science에 낸 논문(열역학을 도입하여 copolymer이 self-assembly되는 것을 본 논문)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험 결과와 비교하는 모습과 또한 그 결과가 거의 들어 맞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발표를 보고 나서 교수님께서 이전에 말씀하신 SoR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느낌은 학회가 끝날 때까지 뇌리에 계속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이날 오후에 있던 Xiang Cheng의 발표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Imaging the microscopic structure of shear thinning and thickening colloidal suspensions"라는 다소 포괄적인 제목을 들고 나왔기에 기대 반, 의심 반을 하고 보았었는데요 제목에 걸맞은 발표를 하였습니다. oscillatory shear 하에서의 입자의 visualization, 또한 이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한 PDF까지.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한 발표였습니다.
학회 전반적으로는 Suspension, Colloids, Emulsions 세션과 Polymer melts and Blends 세션이 매우 규모가 컸습니다. 저는 거의 Suspension, Colloids, Emulsions 세션에 계속 있었는데요, 앞서 말한 Xiang Cheng의 발표에서처럼 입자들의 2-D, 3-D visualization 기술이 매우 발전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놀랐습니다. 또한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조 분석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 세션에서 발표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둘 다 해보고 아니면 적어도 하나를 바탕으로 둘 사이를 연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또한 제가 하고 있는 또는 하게 될 LAOS와 constitutive equation에 관련된 발표도 많이 들어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는 학회 가장 마지막 날 마지막 발표였던 S. Rogers의 발표가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습니다. Lissajous 커브에서 stress가 최대로 나오는 곳의 strain을 기준으로 하여, elastic, viscoelastic, viscous한 영역을 나누었으며, 또한 이의 영역을 벗어나는 곳에서의 stress와 구조를 따로 분석하는 내용이었는데요, stress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저에게는 하나의 분석 방법을 생각하게 해 본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른 LAOS 관련 발표를 보면서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parameter 등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constitutive equation에 관련 된 발표들을 들으면서 특히 Mckinley 방에서 planar oscillatory extension flow에 대한 발표를 들으면서는 이 것이 어려워서 그런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뭔가 정립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Oldroyd-B model를 기본으로 이용하여서 실제 실험 결과와 비교를 해보는 발표였습니다. 이 때 normal stress 뿐만 아니라, stress의 경우에도 일치하는 정도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사람들도 질문 시에 답변자가 아직 progress 중이다 라고 하니깐 그리 몰아세우지는 않더군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Poster 세션에서는 그리 중요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BD에서 system을 어떻게 잡아서 했는가와, PDF로 분석한 결과를 흥미로워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또 BD로도 LAOS의 stress 개형을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서도 몇몇 질문이 나왔습니다. 포스터의 내용 중에서 저의 FT결과를 기존 논문의 실험과 비교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비교 대상이 된 이 논문을 쓴 사람을 만나서 신기하기도 하였습니다(이 내용으로 논문 쓰면 자신에게도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또한 포스터의 결과를 논문으로 내었는가에 대하여서 물어보는 사람이 몇 있었습니다. 저는 이 것이 부정적인 의미이라고 생각하였는데(논문을 내지 않았으니 이 내용들을 믿기가 힘들다라는 의미), 나중에 들어보니 긍정적인 의미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엔 높은 SoR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하여서 계속 걱정했던 것보다 나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 포스터 세션이었습니다(현규 형도 한중일 때 본 것보다는 많이 좋아진 거 같다고 하셔서 더욱더 말이죠. 아 물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도 들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시차적응을 하게 되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서 참여하게 된 SoR. 준동이의 말처럼 연구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학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영어 능력과 발표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저의 부족한 부분을 절실히 깨닫게 하고 또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희미하나마 빛을 밝혀준 이 학회를 참석하게 해주신 안경현 교수님과 뛰어난 연구와 발표 실력으로 귀감이 되어 주신 명진석 선배, 이대웅 선배, 이주영 선배, 또한 아직은 여물지 않은 제가 SoR 갈 수 있도록 양보해 주신 최성업 선배, 한우주 선배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