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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Kyushu Institute of Technology (KIT) 에서 지난 6개월간 지내며 보고 느끼며 배운 점들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의미에서 짧은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1. 일본을 들어가면서
호주에서 귀국하여 한국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파견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었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제 연구 분야가 건조 쪽은 아니었고, 오히려 호주에서 배운 Yielding system 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었기에 건조 분야를 연구하시는 Yamamura group 으로 파견나간다는 것은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전부터 회사 과제를 하며 건조 분야에 관심이 많아 저 혼자 공부를 하였음에도 건조에 관하여 깊게 공부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파견 스케쥴이 확정이 되고 저는 그 때부터 건조에 관하여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일본에서 연구를 하며 느꼈던 것이지만 파견 나가기 전, 이 시기에 저 혼자 공부했었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었습니다. 실험을 하고 교수님과 그 실험 결과에 대하여 토론하는 시간을 상당히 많이 가졌었는데, 만약 제가 건조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었다면 결과에 대한 토론의 시간이 아닌 교수님께 배우는 시간이 더 많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와 관련된 느낌은 뒤 파트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호주 파견 준비를 이미 해봤었던 터라 일본 파견 준비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방사능 노출 위험과 고물가에 대한 걱정들과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관한 기대를 안고 부푼 마음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한국에서 집에서 학교 출근시간이 대략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인천에서 후쿠오카 까지 한시간 이십분이 안걸리더군요. 다시한번 가까우면서도 먼나라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Yamamura group
저는 일본 큐슈의 키타큐슈 지역에 있는 KIT 의 Masato Yamamura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미국의 Minnesota 대학의 Francis, Kumar group 과 독일 KIT 의 Schafer group 과 같이 아시아에서 코팅과 건조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group 으로 일본 동경대학의 Yamaguchi group 과 제가 있었던 KIT 의 Yamamura group 을 들 수 있습니다. 연구실은 석사과정 5명, 학부 연구생 5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박사 과정학생은 없습니다. 실험실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교수님께서 능력은 굉장히 좋으시고 연구 환경도 잘 갖추어져 있지만 석사 과정과 연구생만으로 연구를 이끌어나가는 것에 한계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박사 과정 몇 명만 있었다면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실험실을 처음 소개 받았을 때 놀랐었던 것은 코팅과 건조 실험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장비 셋업 만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복잡하게 셋업된 장비들 만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셋업 만으로 얻어진 결과로도 그 결과를 해석하고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와 해당하는 풍부한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Yamamura 교수님 방은 학생 오피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수시로 학생들에게 와 연구 진행 상황을 물으시기도 하고, 결과에 대해서 끊임없이 토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실험 결과를 가지고 교수님 방에 수시로 찾아가 그 결과에 대하여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건조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일본에 왔었다면 이런 토론이라는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었을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교수님으로부터 지도만 받았었겠고, 더 좋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건조 뿐만 아니라 유변학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나온 의견들을 요구하셨고, 저 또한 호주에서 공부해왔었던 colloidal suspension 에 관한 내용과 한국에서 건조에 관하여 공부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토론의 시간들은 실험 결과를 이해하고, 가정을 세우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으로 어떠한 스텝을 거쳐야 하는 것에 관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3. 배터리 슬러리 건조
리튬 이온 배터리 중에서 음극 슬러리가 건조 중에 latex migration 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배터리 슬러리는 기본적으로 graphite 로 인해 불투명하기 때문에 visualization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형광입자를 사용하여 그 intensity 를 측정하고 건조 시간에 따른 intensity 로부터 형광 입자 (latex)가 필름의 두께 방향으로 어떻게 migration 하는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음극 슬러리는 graphite 와 CMC polymer, SBR latex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건조 중 latex migration 은 CMC polymer 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CMC 농도가 높아질수록 수소 결합에 의한 CMC polymer network 가 형성되고, 이 polymeric network 는 latex migration 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CMC 는 graphite 에 흡착하게 되는데 이 흡착량에 따라 slurry 의 액상 구조가 변하게 되고, 이는 건조 중 나타나는 latex migration 과 segregation 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건조 중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액상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4. 일본
일본이라는 나라, 재밌는 나라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처음 방문하여 일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해 보는 것이라서 기대반 설렘반이었습니다. 잃어버린 10년, 20년의 일본이라고들 하는데, 이러하듯 사람들은 왠지 주눅이 들어 있는 것만 같았고, 의욕이 없어보였습니다. 기분 탓이었을까요. 이러한 분위기는 실험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생활하던 실험실 아이들에게서는 좋은 연구를 해보겠다라는 의지는 느낄 수 없었고, 때되면 취업 준비하고, 때되면 졸업 준비하여 취직하는 것이 당연시 되보였습니다. 이와 같이 생활해도 말만 들어도 알만한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으니까요. 일본 사람들은 이상하리다 만치 친절합니다. 물론 대도시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마트를 가든,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낮추며 다른 이에게 친절을 배푸는 게 익숙하다는 듯이 행동합니다. 물론 일본 사람들이 겉으로는 위와 같이 행동하면서 뒤로는 다른 소리한다는 소문도 들었지만, 제가 만났던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이중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본 생활하면서나, 실험실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 사람들이 지금은 이렇게 주눅이 들어있지만, 잠재력이 터진다면 정말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험실 아이들도 능력은 모두 좋지만, 어렸을 때부터 활력을 잃은 사회에서 살아 왔던 탓이었는지 주눅이 들어있었지만, 만약 좋은 능력을 지닌 이 친구들이 자신들의 포텐셜을 잘 갖추어져 있는 일본이라는 환경에서 터뜨린다면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일 것 같았습니다.
4. 돌아오며
6개월이라는 기간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들이었습니다. 일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반년이라는 기간은 긴 시간으로만 느껴졌었지만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논문이라는 마무리 작업으로 연결짓기 까지에는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목표와 계획을 정립하고, 실험을 하고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기에는 짧은 시간도 아니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즉, 시간의 길고 짧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획된 시간 안에서 집중을 하고 연구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의 파견 기간을 거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두 분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며, 제가 지금껏 보고 배우고 느껴왔던 것을 저의 능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실험실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