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문학총연합회 소속 학회장님들께

존경하는 인문총 소속 학회장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새로 구성된 한국인문학총연합회 공동회장단(국어국문학회 박일용, 한국철학회 이상훈, 한국중어중문학회 류동춘, 한국중국학회 김승욱)입니다. 지난 8월 29일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감사 2분(한국종교학회 박광수, 일어일문학회 김환기)과 함께 공동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만, 사무총장(서강대학교 중문학과 이정재)과 사무차장(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김동준)의 위촉, 인수인계 등의 문제 때문에 인사가 늦었습니다.

2012년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발기대회에서 채택한 <인문학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도구적 합리성과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세계 안에서 인문학이 기술적 지식의 형태로 변형될 것을 요구받음”으로써, 우리 인문학자들은 표준화된 기능적 지식 생산과 전달의 도구로 전락한 대학 체계, 좁게 울타리 쳐진 분과학문 체계, 그리고 양적으로 재단되는 규범화된 논문 생산의 틀에 갇혀서, 정작 인문학 행위의 본래 목표인 인문정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 인문학 총연합은 이렇게 기능적인 지식 생산 체계에 갇혀서 고립 분산된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주체로 거듭 나기 위해서, 그리고 주체화된 인문학자들의 의지를 정책 당국에 촉구하여 보다 나은 인문 정책을 관철해 내기 위해서 출발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위기 상황은 사회적으로도 널리 인식되어 정부에서는 이미 2016년에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는데, 이 법의 제정 과정에 우리 인문총에서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문학 진흥법의 시행 과정에서도 인문총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우리 인문학자들의 뜻이 만족할만하게 반영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우리 인문총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게 된 때가 아닌가 합니다.

새로 공동회장을 맡은 저희들은 열정과 활동력 등에서 전임 회장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회장이신 인문총 소속 학회장님들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소속 학회장님들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인문총은 기껏해야 인문학진흥법을 시행하는 각 기관의 들러리로 전락하기 쉬울 것입니다. 저희는 학회장님들의 뜻을 모아 정책 시행 과정에 이를 관철시켜 인문총이 정부 당국의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인문학 연구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인문학이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희는 전임 회장단으로부터 그간에 추진해오던 ‘1) 오늘의 상황에서 인문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기능 제시 2)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지원법의 제정 노력 3) 대학 강사의 신분 안정을 위한 노력 4) 인문사회 분야 국가 연구교수 신분 안정을 위한 노력 5) 인문 분야 정부 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의 인문학 진흥 과제를 인수하였습니다. 모두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이들 과제의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이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십시오.

또한, 저희는 이전 회장단이 추진해오던 거시적인 정책 과제 실현뿐 아니라, 미시적인 인문학 연구 토대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 방식, 학회 지원 방식, 계량화된 연구 성과 평가방식 등 인문학 연구자들의 인문 정신을 억압하는 제도적 질곡이 심각하다고 판단됩니다. 지금의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연구재단의 지원이 오히려 인문학을 저해시키는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제, 당면한 거시적 미시적 과제들을 종합하여 인문학의 현황을 진단하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인문학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총의 부회장이신 학회장님들깨 다시 한 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들 사안을 포함해 인문학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시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저희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년 10월 18일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회장단 올림